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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중국의 여행상품 판매금지 첫날, 업계는 한숨과 걱정만

등록 2017-03-15 18:20수정 2017-03-16 10:34

한국 여행상품 판매 금지 시행 첫날
전국 1만3982곳 사후 면세점 직격탄
제주·부산 크루즈선 기항도 금지
지난해 9월21일 중국 관광객들로 붐비던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모습(위)이 13일 오후 한산한 풍경과 대조적이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21일 중국 관광객들로 붐비던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모습(위)이 13일 오후 한산한 풍경과 대조적이다. 연합뉴스
15일 오전 11시께 서울 마포구 성산동 사후면세점(tax refund shop) 거리.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대형버스들이 눈에 띄게 줄어 있었다. 평소 5대 이상이 멈춰 있던 길가에는 1대만 정차해 있었다. 중국 당국이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이날부터 한국 여행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렸기 때문에 이제는 그 1대마저 보기 어려워질 수 있다. 한 사후면세점 주차관리인 주아무개씨는 “단체관광객이 더 줄면 잘릴 게 뻔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단체여행객이 주로 들르는 사후면세점은 전국에 1만3982곳이 있다.

이날은 중국 소비자의날이기도 해, 중국 관련 매출이 많은 기업들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중국 롯데마트 영업점 99곳 중 55곳이 영업정지를 당한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중국 언론 및 여론 모니터링을 하며 긴장된 하루를 보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날 오후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3·15 완후이’가 방영될) 중국 관영 <중앙텔레비전>(CCTV)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아직 어떤 회사가 나올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의 타깃이 되는 기업은 집중적 불매운동 대상이 된다.

면세업계는 한국 여행상품 판매 금지의 영향이 이번 주말을 지나며 뚜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내면세점 관계자는 “3월 들어 중국인 매출 비중이 줄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의 제재 영역은 갈수록 확대되는 중이다. 부산항만공사는 중국발 크루즈선을 이날부터 한국을 거치지 않고 바로 일본으로 향하게 하는 중국 당국의 조처가 내려졌다고 밝혔다. 해양수산부는 제주와 부산의 중국발 크루즈선 기항 계획이 최근 무더기로 취소돼 14일 기준으로 중국인 36만명의 발길이 끊기게 됐다고 집계했다. 중국인 탑승객 급감에 국내 항공사들은 한달가량 중국 노선 감편에 들어갔다. 인천에서는 중국 쪽의 보따리상 통관심사 강화로 보따리상들과 이들에게 물건을 파는 가전·화장품·식료품 상인들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15일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중국시장 의존도가 큰 10여개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한 ‘한중통상민관협의회’를 열고 피해 상황을 점검했다. 참석 기업들은 “현지의 우리 기업에 대한 중국 당국의 각종 조사가 연일 증가하고 있고, 대중 수출 품목에 대한 통관심사와 검역도 강화되고 있다”며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업체 이름이 알려지면 중국 쪽의 보복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회의 장소와 참석 기업 명단도 공개하지 않았다. 산업부는 지난 10일 중국 상무부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담당 수석대표에게 서한을 보내 한국 단체여행 금지 조처에 이의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피해 기업들을 위해 4천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에 나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청이 긴급경영안정자금 대출을 1250억원으로 늘리고, 문화체육관광부가 관광기금 특별융자금을 1200억원으로 확대하며, 금융위원회는 2천억원 규모의 정책자금 신규대출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이정연 조계완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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