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방이 자사 누리집에 공개한 <경방 90년사> 중 현황 화보에 실린 자동화설비 사진.
시급 7530원으로 오를 최저임금을 두고 일부 업계와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인건비 부담을 앞세운 비판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최근에는 경방(옛 경성방직), 전방(옛 전남방직) 등 방적업계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버티기 힘들어 베트남으로 공장을 이전하겠다”(김준 경방 회장),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문 닫으라는 얘기다”(조규옥 전방 회장) 등의 주장까지 나온다. 과연 사실에 기초한 것일까?
두 자릿수로 오른 최저임금은 분명 소상공인이나 기업에 부담이다. 그러나 경방이나 전방처럼 최저임금으로 망하거나 해외이전 등의 주장은 그 영향을 과장했다는 지적이다.
경방의 해외 공장 이전은 최저임금 영향이 아니라 애초 계획된 것이다. “베트남으로 공장을 이전하겠다”는 경방은 이미 베트남에 공장 2곳을 가동 중이다. 2008년 베트남에 법인을 설립한 후 2013년부터 공장 가동을 시작했고 계속 투자를 확대하는 중이다. 국일방적, 동일방직, 방림, 일신방직, 에스지(SG)충남방적 등도 2~3년 전부터 베트남 진출을 가속화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때문이다. 섬유산업연합회 관계자는 “몇년 전부터 티피피가 논의되면서 미국으로 의류제품을 무관세 수출하려면 원사(실)도 베트남산을 써야 해 이를 대비해 경방 등이 베트남으로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 효과를 노려 공장을 옮겼다는 설명이다.
전방 역시 최저임금의 악영향을 주장하지만, 그동안 횡령사건 등 악재로 이미 회사가 어려워진 상태다. 12개 방직기업 가운데 지난해 적자를 낸 곳은 전방을 빼고 한 곳밖에 없다. 전방 관계자는 “수년 전에 유아무개 이사가 수십억원을 횡령한 뒤 회사가 어려워졌고, 2011~2012년 전북 익산 등에 공장을 설립한 뒤 업황이 나빠져 회사 사정이 안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또 “조만간 50여명의 구조조정 명단이 발표될 예정인데, 구조조정은 올 초부터 논의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방이 주장하는 국내 일부 공장 폐쇄도 이러한 악재 누적으로 최저임금 결정 이전에 이미 계획된 것이다.
더욱이 방적업 노동자 임금 비중도 다른 제조 중소기업보다 낮은 편이다. 경방 등 12개 방적기업을 회원사로 둔 대한방직협회 관계자는 28일 “방직업종은 제조원가 가운데 인건비 비중이 20%에 이른다”며 최저임금 인상이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펴낸 <기업경영분석>(2015년)을 보면, ‘방적 및 가공사’(면·모·화학섬유 방적업 등) 업종의 제조원가 명세서를 보면 제조비용(3조1600억원) 가운데 노무비(3067억원) 비중은 9.71%다. 제조업(중소기업) 평균 10.94%보다 오히려 낮아 최저임금 영향이 다른 제조 중소기업보다 덜할 수 있다. 특히 경방의 인건비 비중(2016년 기준)은 4.8%로 더 낮고, 전방도 8.1%로 평균 이하다.
이 때문에 ‘상장기업 1호’(경방), ‘경총 가입 1호’(전방) 등 상징성 있는 기업을 내세워 2020년 1만원까지 올리겠다는 새 정부의 최저임금 플랜을 좌절시키려는 의도라는 의심까지 나온다. 12개 방직기업의 총 고용인원은 5000명 안팎이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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