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분기와 내년 연간 영업적자를 미리 공시한 뒤 최근 주가가 폭락한 삼성중공업이 사장을 전격 교체했다.
삼성중공업은 11일 현 대표이사 박대영 사장이 최근 경영부진에 책임을 지고 후진에 기회를 준다는 뜻에서 사임 의사를 밝혔다며, 후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남준우(59) 조선소장(부사장)이 내정됐다고 밝혔다. 남 신임사장은 1983년 입사 후 선박개발·생산담당 등을 두루 거친 조선 전문가다. 남 사장은 “생산현장에서 체득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 사업 전반의 체질을 조기 개선하고 위기에 처한 삼성중공업의 재도약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경영진 물갈이는 이미 지난 6일 삼성중공업이 자금 조달을 위한 1조5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밝히면서 내년 1월 임시주총 안건으로 3명의 신임 사내이사 선임 건을 공시하면서 이미 예견됐다. 공시에 따르면, 사내이사 후보는 남준우 조선소장 부사장, 정해규 경영지원실장 전무, 김준철 해양피엠(PM) 담당 전무다. 박 사장(64)의 사임에는 내년까지 예상되는 수천억원의 적자뿐 아니라 ‘60대 이상퇴진’이라는 삼성그룹의 최근 인사 기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6일, 올해 들어 3분기까지 700억원 규모의 누적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4분기에는 약 56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내년 영업실적도 연간 24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이례적인 조기 공시를 내놓은 바 있다. 회사는 이에 대해 “구조조정 및 비용감축 목표달성 실패에 따른 고정비 부담 증가, 올해 수주한 일부 공사에서 예상되는 손실 충당금, 강재가격 인상에 따른 원가 증가 등을 실적에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조선업계에서 경영진을 교체할 때 흔히 시행하는 이른바 ‘빅 배쓰’(Big Bath)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빅 배쓰는 새로운 사장이 들어서기 직전에 기존 및 장래 예상되는 거대한 영업 부실·적자 요인을 회계장부에 미리 반영해 털어냄으로써 새 경영진의 경영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5년 2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부실을 한꺼번에 회계에 반영하는 빅 배쓰를 단행한 바 있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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