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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비즈니스석 이상 ‘패스트 트랙’ 허용해도 될까요?

등록 2017-12-24 15:46수정 2017-12-24 19:10

Weconomy | 정책통블로그
인천공항 제2터미널 도입 놓고 논란

비즈니스석 이상 줄 안서고 통과
1터미널 ‘교통 약자 트랙’과 달라

공항공사·항공사 10년전부터 요청
2터미널 이미 설치…국토부는 ‘불허’

찬 “승객 분산 효과, 세계적 추세”
반 “공항은 공공재, 위화감 조성”

놀이동산 등 ‘일상속 가격차별’ 확산
가격 선택권-형평성 위배 첨예 대립
휠체어를 탄 한 공항 이용객이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설치된 교통약자를 위한 패스트 트랙을 통해 출국 심사를 받으러 가고 있다. 사진 인천공항공사 제공
휠체어를 탄 한 공항 이용객이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설치된 교통약자를 위한 패스트 트랙을 통해 출국 심사를 받으러 가고 있다. 사진 인천공항공사 제공

개장을 한 달가량 앞둔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엔 교통약자를 위한 것과 별도의 ‘패스트 트랙’(Fast Track) 통로가 설치돼 있다. 패스트 트랙은 신속한 입출국 절차를 제공받을 수 있는 전용출국통로다. 기존 제1여객터미널에 설치돼 있는 패스트 트랙은 교통약자나 국가유공자 등 일부 승객만 사용이 가능하다. 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터미널에 설치된 패스트 트랙을 비즈니스나 퍼스트 클래스 승객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재인 공항에서 돈을 더 내는 일부 계층에게 특혜를 주는 것에 국토교통부는 “공항의 성격과 국민 정서를 고려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허용하지 않고 있다.

비즈니스석 이상을 타는 승객에게 빠른 보안·출국 심사가 가능한 패스트 트랙을 제공하자는 쪽은 80여개의 인천공항 취항 항공사 모임인 인천공항 항공사운영위원회(AOC-I)와 항공사다. 인천국제공항공사도 같은 입장이다. 이를 두고 세금으로 만든 공항에서 좌석 등급에 따른 차별적 혜택을 줘서는 안 된다는 주장과 패스트 트랙을 허용하고 이를 통해 얻은 수익으로 사회적 약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더 낫다는 주장도 있다.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승객 분산·차별 서비스” - “위화감 조성”

패스트 트랙은 줄서지 않고, 빠른 입출국 절차를 받을 수 있는 별도의 전용출국통로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동·서편에 마련된 패스트 트랙은 장애인·7살 미만 영유아·70살 이상 고령자·임산부 가족, 모범납세자·독립유공자 등 국가 발전에 기여한 사회적 공헌자 등만 이용할 수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2007년부터 빠른 보안 검색과 출국 심사가 가능한 패스트 트랙 도입을 추진해왔다. 반면 국토부는 ‘위화감 조성’ 등을 이유로 교통약자나 일부 사회적 기여자만 이용하도록 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제2여객터미널 개장에 맞춰 공항 이용객들의 분산 효율성과 국제 경쟁력 강화 등을 이유로 패스트 트랙 대상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패스트 트랙이 운영되면, 공항 이용자 일부가 패스트 트랙 통로로 빠져나가 승객 분산 효과가 있다”며 “이용료는 항공사가 지불하기 때문에 공사는 그 수익으로 교통약자를 위한 편의시설 증대 등 공익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사운영위원회와 항공사들도 패스트 트랙이 세계적인 추세인데다 비즈니스석 이상의 승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을 위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주요 외국 항공사들은 패스트 트랙을 운영 중이다. 미국 뉴욕 존 에프 케네디 국제공항(JFK), 일본 나리타국제공항,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국제공항 등은 비즈니스석 이상 좌석을 이용하는 승객에게 패스트 트랙을 허용한다. 홍콩국제공항은 10월16일부터 보안 검색 전용라인에 패스트 트랙을 시행했다. 이용 금액은 항공사가 낸다.

항공사운영위원회는 “위험성이 낮고 출입국이 빈번한 여행객의 빠른 출입국 환경을 조성하는 게 세계 공항업계의 추세”라며 “외국인이나 우수 고객에게 패스트 트랙을 제공해 한국 재방문 기회를 확대하고 인천공항과 항공사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항공 서비스 특성상 승객이 지불한 가격에 따라 서비스가 나뉘어 있는데, 패스트 트랙을 허용한다고 위화감을 조성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토부 입장은 다르다. 국토부 관계자는 “10여년 전부터 이어진 업계의 요구가 있지만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시각도 있다”며 “지금은 제2터미널 개장에 집중하고, 패스트 트랙 운영 여부는 추후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패스트 트랙 허용 시 승객들의 불만이 터져나올 수도 있다. 지난해 미국 엘에이(LA) 공항에서 패스트 트랙을 접한 이아무개씨는 “단체 관광을 온 일행 중에 일부가 비즈니스석이었는데 이들만 먼저 수속을 밟고 들어가는 것을 보고 차별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국내에서 이를 도입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 일상 속 가격 차별 정책

일상에서 민간기업들이 가격 차별로 이윤을 늘리는 상황을 자주 볼 수 있다. 예컨대 영화관에서 이용 시간이나 좌석 등급, 연령 등에 따라 다른 가격을 치르는 경우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가격 차별화’(같은 상품을 시간·지리적으로 서로 다른 시장에서 다른 가격을 매기는 일)로 설명한다. 극장 조조할인도 낮은 가격으로 관람객을 유인해 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는, 시간을 이용한 가격 차별화 전략 중 하나다.

대표 놀이공원인 롯데월드와 에버랜드는 가격 차별화 전략에 대한 상반된 상황을 보여준다. 롯데월드는 지난해부터 기다리지 않고 놀이기구를 탈 수 있는 ‘매직 패스 프리미엄 티켓’을 팔고 있다. 기존 입장료에 3만~10만원을 내고 프리미엄 티켓(하루 판매 200장 한정)을 사면 5개나 모든 놀이기구를 빨리 탈 수 있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이나 시간이 많지 않은 이용객들이 있어 매직 패스 프리미엄 티켓을 만들게 됐다”며 “인기 놀이기구 이용 시 대기시간이 조금 줄어드는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에버랜드도 놀이기구를 바로 탈 수 있는 ‘큐패스’가 있지만, 판매하지 않는다. 사은품이나 오전·오후에 선착순으로 무료로 배포한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판매를 고려하기도 했지만, ‘시간을 돈으로 산다’는 개념이 국내에서는 익숙지 않고 반발을 가져올 수 있어 판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매출 증대 효과가 크지 않은 경우도 있다. 지난해 3월부터 좌석 차등제를 도입한 씨지브이(CGV) 관계자는 “영화 보기 불편한 좌석과 좋은 좌석 간 가격을 달리해 소비자 선택을 늘렸다. 이를 통해 얻는 매출 증대 효과는 미미하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설치된 비즈니스 패스트트랙 전용출구. 사진 인천공항공사 제공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설치된 비즈니스 패스트트랙 전용출구. 사진 인천공항공사 제공
■ “개인 선택권 존중” - “사회 갈등 비용 증가”

공항에 패스트 트랙을 허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첨예하게 갈린다. 특히 공항이 공공재여서 더욱 그렇다. 한편에선 소비자 선택권을 존중하고, 비용을 치른 만큼 차별화된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에선 출입국 심사는 국가정책인데 항공사 좌석표 등급에 따라 승객에게 차별적 혜택을 주는 게 맞느냐고 주장한다.

민재형 서강대 교수(경영학)는 “높은 가격을 지불한 사람은 시간 절약 등의 편의를 위해 선택한 것이다.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받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비행기 티켓을 구매할) 기회는 똑같이 주어졌고, 결국 소비자 선택의 문제라 평등성에 위배된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패스트 트랙도 일종의 가격 차별화 범주에 들어간다”며 “평등을 지향하는 한국 사회 분위기상 불편해하는 부분이 있지만, 패스트 트랙을 이용하지 않는 승객한테 공항료 등을 할인해주거나 일부를 사회적 약자를 위해 사용하는 방법 등을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반면, 민간 항공사의 희망대로 운영하면 공공성을 잃게 된다는 우려도 있다. 주은우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공항은 소수 특권층과 민간 항공사만 이용하는 사유 시설이 아니다. 공항 이용 기회와 권리는 세금을 내는 모든 국민들한테 동등하게 보장돼야 한다”며 “한국 사회는 이미 부의 양극화가 심각한데, 사회적 갈등만 키우고 갈등 비용을 증가하게 만드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도 “비즈니스석 이상 승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항공사 차원의 우대전략일 뿐”이라며 “패스트 트랙이 필요한 이용객들에게 공항공사가 (이용권을) 판매하는 방법이 더 대중적”이라고 설명했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사진 인천공항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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