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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이건희 차명계좌’의 진실 추적은 계속됩니다

등록 2017-12-29 19:20수정 2017-12-29 20:39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2008년 4월22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하기에 앞서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김진수 <한겨레21> 기자 jsk@hani.co.kr
2008년 4월22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하기에 앞서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김진수 <한겨레21> 기자 jsk@hani.co.kr

안녕하세요. 사회부 소속으로 경찰청을 주로 출입하며 취재를 하고 있는 허재현이라고 합니다. 경찰에 대해 할 말 많으시죠? 뭐든 궁금하거나 제보하고 싶은 게 있으시면 제게 연락 주세요. 성심성의껏 돕겠습니다. 상투적인 말이지만 <한겨레> 기자들은 국민 여러분을 위해 대신 발로 뛰는 사람들이니까요.

저는 이번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재산과 관련한 단독 기사를 잇따라 썼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제가 처음 보도한 내용은 지난 5월31일 ‘이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의 한남동 자택 공사비 결제 방식이 수상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는 것이었습니다. 공사를 담당한 업체를 상대로 차명 수표로 의심되는 돈으로만 수년째 결제가 이뤄져 왔거든요. 이 회장 쪽은 차명 재산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했지만, 경찰은 어쨌든 ‘네 것인 듯 네 것 아닌 네 것 같은 돈’에 대해 본격 수사에 나섰습니다.

당시 경찰은 공사업체를 압수수색해 얻은 자료 등에서 이 회장 쪽이 지급한 수표가 매번 발급일과 발급인, 발급은행 등이 제각각인 것을 확인했습니다. 예를 들어 2010년 5월 이 회장 집 거실 바닥 공사를 했다 칩시다. 총 공사비용 천만원에 대해 지급된 100만원짜리 수표 10장이 발행 연도가 다 다르고 발급인, 발행은행도 다 달랐어요. 또 삼성물산 직원이 매번 수표를 전달했다는 겁니다. 이러니 ‘이거 오랫동안 이 회장이 어딘가 숨겨둔 차명 재산에서 나온 수표 아니야?’라고 의심하게 되는 거죠. 경찰은 이 회장이 회삿돈을 횡령해 새로 비자금을 조성했거나 또는 2008년 ‘조준웅 특검’이 밝혀내지 못한 또 다른 차명 재산을 꺼내어 개인적으로 쓰고 있는 것으로 의심했답니다. 이 회장은 분명 특검 조사 뒤 “드러난 차명 재산은 모두 실명 전환하고 개인적으로 쓰지 않고 사회에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밝혔으니 참 이상한 일이었죠.

7개월가량의 수사 끝에 경찰은 대체로 상황을 이렇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첫째, 2008년 특검 수사 때 드러나지 않은 이 회장의 차명 주식 계좌가 더 있었다. 둘째, 2011년 이 회장이 주식 처분에 따른 천억원 세금을 법정 납세 시한이 지난 뒤 낸 것으로 확인됐다.(조세전문가들은 이를 토대로 최소 5천억원 이상의 또 다른 차명 재산을 추정 중입니다.) 셋째, 현재로서는 이 차명 재산이 회삿돈 횡령으로 형성된 건지 여부는 근거를 못 찾았다. 넷째, 국세청이 2011년 이 회장을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을 하지 않아 처벌 가능 공소시효가 남은 액수는 수십억원에 불과하다.

삼성 쪽은 “조준웅 특검 결과 외 또 다른 차명 재산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저는 삼성이 병상에 누워 아무 말 없는 이 회장과 그의 가족들로부터 제대로 된 설명을 듣고 밝힌 입장인지 아직 의구심이 듭니다. 왜냐면 차명 수표는 2014년까지 계속 발행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회장은 2014년 이전에 차명 재산을 모두 실명 전환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어딘가 앞뒤가 안 맞죠.

적어도 이 회장이 ‘드러난 차명 재산은 사회 환원하고 개인적으로는 더 안 쓰겠다’고 약속한 것만은 지키지 않은 게 드러난 셈입니다. 2014년까지 개인 자택 공사비용으로 쓴 사실은 드러났으니까요. 그런데 차명 수표를 자택 공사비 결제용으로만 쓰고 말았을까요?

벌써부터 추가 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하지만 경찰 수사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경찰이 무능해서라기보다는 현실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경찰은 삼성 전·현직 임원들 계좌까지 다 뒤져보려 했는데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어요. 영장 기각 사유는 ‘이 회장이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라는데, 심증만으로 그렇게 임원들 계좌까지 다 헤집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경찰은 “이번에 드러난 차명 재산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경찰은 일단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소환 또는 방문 조사를 검토 중입니다. 다음달 초까지는 그래도 수사를 더 이어간다 하니 일단은 좀더 지켜보시죠. 2017년 마지막 ‘친절한 기자들’에 등장했으니 인사드리고 물러나죠. 여러분, 새해에는 부자 되세요. 차명 부자 말고 실명 부자요!

허재현 기자.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허재현 기자.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허재현 사회에디터석 24시팀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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