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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아쉬움 남긴 정의선 부회장의 말

등록 2018-01-16 18:17수정 2018-01-16 22:18

현장에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9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 참석해 자동차 관련 업체들을 둘러보고 있다.  현대차 제공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9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 참석해 자동차 관련 업체들을 둘러보고 있다. 현대차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오랜만에 입을 열었다. 9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8에서 기자들을 만나서다. 정 부회장은 갈팡질팡하는 미래차 전략,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 대립적 노사관계, 비우호적인 여론 등 현대차를 둘러싼 거의 모든 현안에 대해 자기 생각을 꺼내놨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 기사에 악성 댓글이 많은 것에 대해 “말이 되면 ‘내 탓이오’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해선 “아프지만 건강엔 좋은 주사가 됐다”며 “올해는 잘하면 100만대까지 판매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한국에 돌아오면 가장 먼저 노동조합과의 임금·단체 협상을 직접 챙기겠다는 말도 남겼다. 자율주행차나 전기차 등 미래차와 관련해선 “하려면 실속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또 조직 변화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자동차가 전자화되고 친환경차로 가면, 일하는 방식 등 모든 게 달라져야 한다. 경쟁사들도 다 비슷한 처지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의사결정의 방식과 속도 등 여러 가지가 정보기술(IT) 업체보다 더 정보기술 업체 같아져야 한다. 큰 과제다”라고도 했다.

이런 그의 모습은 2년 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북미 국제오토쇼에서와는 다르다. 당시 관심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해외 진출과 경쟁사들이 내놓은 스포츠실용차(SUV)의 성능 등에 관한 것이었다. 이번 정 부회장의 말은 현대차를 둘러싼 거의 모든 현안으로 넓어졌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현대차에 ‘위기’라는 꼬리표가 붙은 상황에서, 정의선 부회장의 말에 진단을 넘은 ‘구체적 해법’은 담기지 않았다. 지난 세월 현대차는 빠른 속도로 글로벌 기업의 자리를 굳혔지만, 여전히 브랜드 이미지는 약하다. 노사관계는 꼬일 대로 꼬여 커다란 짐이 되고 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해를 넘겨 노사협상이 타결됐다. 이런 상황에서는 미래차 양산을 위한 대대적인 작업장 공정 변화는 벽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자동차 10대 중 8대가량이 현대·기아차지만, 여론은 곱지 않은 상황을 바꾸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현대차 안에서조차 위기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결단을 내리는 사람이 없다는 푸념이 나온다. 한 현대차 임원은 “임원들이 공만 챙기고 책임은 지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집단지성에 익숙한 다른 그룹과 달리, 유독 총수의 지배력이 강했던 현대차그룹이다. 정의선 부회장도 그동안 경영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아꼈다. 하지만, 이제 스스로 진단한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정 부회장이 나서 방향을 제시할 때가 됐다. 그래야 ‘현다이(Hyundai)는 한다이~’로 대표되는 과거 성공 방정식에 새로운 비전과 방향이 더해질 수 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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