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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지엠의 오늘’이 ‘현대차의 내일’이 되지 않으려면…

등록 2018-03-11 09:47수정 2018-03-12 10:19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한국지엠(GM) 경영진 검찰 고발을 위한 군산시민 고발인단’ 회원들이 지난 5일 오전 전주지검 군산지청 앞에서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방침과 관련한 의혹을 검찰이 규명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지엠(GM) 경영진 검찰 고발을 위한 군산시민 고발인단’ 회원들이 지난 5일 오전 전주지검 군산지청 앞에서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방침과 관련한 의혹을 검찰이 규명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8일 성동조선과 에스티엑스(STX)조선의 구조조정 방안을 내놨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에는 더는 지원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경쟁력을 잃은 기업은 하느님도 살릴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에서는 이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혈세를 퍼붓다가 부실만 키운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구조조정 원칙은 한국지엠(GM)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닐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지엠 사태의 근본 원인은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은 데 있다. 경쟁력 상실 원인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뜨겁지만, 노사 모두 궁극적인 책임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문제는 경쟁력 상실이 단지 한국지엠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맏형 격인 현대자동차도 이미 ‘비상등’이 켜졌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차의 국내생산과 수출물량은 이미 2013년부터 하락세이고, 수출금액도 2015년부터 감소세”라며 “현대차의 국외생산도 2017년에 처음 줄었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비관적인 지적들이 쏟아진다. “이런 추세라면 현대차가 10년 안에 파산해도 놀랍지 않다” “직원들이 모두 일자리를 잃을 것이다”. 물론 다른 한쪽에선 “(현대차는 지엠처럼) 먹튀가 불가능하다”는 낙관론도 있다. 하지만 현대차 역시 경쟁력을 잃는다면 지엠과 크게 다를 바 없게 될 공산이 크다.

이처럼 현대차에 대해서도 비관적 전망이 쏟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차 국내공장의 생산성이 국외공장에 견줘 떨어진다는 얘기는 오래됐다. 회사 쪽은 노동자들이 높은 임금을 받으면서도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며 그 책임을 노동자 쪽에 돌렸다. 현대차의 한 고위 임원은 “소비자가 제품을 기다리는데 한쪽은 일하고 다른 한쪽은 놀거나, 적기 공급을 위해 전환배치를 하려 해도 노조 동의가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경영진 책임이 더 크다는 지적도 있다. 회사가 생산량 확보와 단기 실적주의에 매몰돼 노조가 파업을 하지 않는 대신 높은 임금을 주기로 합의해 놓고도 이제 와서 노동자 탓을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얘기다.

현대차 경영진의 역량과 기업 지배구조도 자주 도마 위에 오른다. 자동차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개발 경쟁에서 현대차가 뒤처졌다는 평가가 많다. 현대차가 글로벌 ‘톱5’ 반열에 오르기까지 정몽구 회장의 리더십이 큰 역할을 한 건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미 80대에 접어든 정 회장은 노쇠가 급속히 진행돼 예전과 같은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지엠의 오늘’이 ‘현대차의 내일’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결국 노사가 힘을 모아야 한다. 현대차의 한 임원은 “직원 1인당 평균임금이 1억원으로 너무 많다고 비판할 게 아니라 좋은 일자리를 앞으로도 계속 유지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면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정답은 회사의 경쟁력을 높여 소비자가 찾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뿐이다. 이를 위해 생산성 향상,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체계를 직무 중심으로 전환, 성과연동제와 근무시간 단축 및 전환배치를 비롯한 생산·근무방식 변화 등 다양한 검토가 필요하다. 총수 중심의 황제경영 탈피, 합리적인 승계 시스템 구축, 사주와 전문경영인의 적절한 역할 분담, 권한과 책임이 일치하는 투명한 경영 등 지배구조와 경영체제의 질적 개선도 빼놓을 수 없다. 성과를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나누는 규칙도 확립해야 한다. 임금협상을 둘러싼 소모적인 힘겨루기는 이제 중단해야 한다.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협력업체 역시 경쟁력 상실 문제에 직면해 있다. 전속거래에 묶인 부품업체들은 납품단가 인하 관행 속에서 적정 이윤을 확보하지 못하고 기술개발 역량마저 취약한 상태다. 정부의 협력도 관건이다. 전기차 보급의 관건인 충전시설 확보나 구매 보조금 지급은 정부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자동차산업의 부활을 위해 노사협력과 함께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정부의 정책적 지원까지 한꺼번에 묶어내려면 노사정 사회적 대화라는 틀이 효과적이다. 때맞춰 새로운 사회적 대화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정부의 움직임을 눈여겨볼 만하다.

곽정수 경제에디터석 산업팀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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