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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기내식 대란’ 사흘 넘도록, 박삼구 회장이 안 보인다

등록 2018-07-03 19:28수정 2018-07-04 12:41

현장에서
그래픽_한겨레
그래픽_한겨레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 사흘째인 3일, 많은 사람들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찾았다. 화가 난 승객들에게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있는 승무원들은 물론이고 언론과 국민들도 박 회장이 등장할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박 회장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기내식 대란 사태가 발생한 지 사흘 만에, 그것도 협력업체 대표가 숨지는 비극이 생기고서야 나온 대표이사 공식 사과문에는 ‘김수천’이란 이름만 있었다. 박 회장도 아시아나항공의 공동 대표이사지만, 그는 자신의 이름 석자를 함께 적어 내지 않았다.

사람들이 박 회장을 찾는 것은 ‘분풀이’를 위해서가 아니다. 이번 기내식 대란이 ‘박삼구식 경영’의 한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이 15년 동안 함께한 파트너 엘에스지(LSG)스카이셰프를 제 손으로 떠나보낸 배경에는 금호홀딩스에 대한 거액의 투자 요구가 있었다. 금호홀딩스는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인수하기 위해 금호기업과 금호터미널을 합쳐 만든 사실상의 지주회사다. 대주주인 박 회장은 지분 28.1%를 갖고 있다. 이러니 그룹의 현금 확보를 위해 계열사 협력업체를 상대로 투자 강요가 이뤄졌다는 해석이 나오는 게 무리가 아니다.

박 회장을 위해 기내식 대란이 감수된 셈이지만, 이런 사태를 예측했을 법한 아시아나항공은 ‘아마추어’ 같은 수습만 하고 있다. 공급업체의 업무 미숙이란 핑계만 댈 뿐, 승객들에게는 비행 지연 공지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 이에 승객들은 출발 지연과 ‘노밀’을 뻔히 예상하면서도 예고된 출발 시각에 맞춰 공항에 나가 하염없이 기다리고 비행기에서 굶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사흘 만에 ‘팝업’ 사과문을 누리집에 올렸지만, 숨진 이에 대한 최소한의 애도조차 없다. 현장에서는 “그동안 사과문 하나 못 낸 것은 사인할 박 회장이 외국에 갔기 때문”이란 말이 나온다.

2일 오전 중국 칭다오 라오산구에서 열린 칭다오세브란스병원 착공식. 앞줄 왼쪽 둘째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다. 연세의료원 제공
2일 오전 중국 칭다오 라오산구에서 열린 칭다오세브란스병원 착공식. 앞줄 왼쪽 둘째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다. 연세의료원 제공
박 회장은 ‘스킨십 경영’을 트레이드마크로 내세운다. 승무원에 대한 부적절한 신체접촉 지적 뒤 퇴색하긴 했지만, 애초 스킨십 경영이란 이름으로 현장을 직접 챙기는 리더를 표방했다. 그러나 대란이 시작되던 날 아침, 박 회장은 모든 책임을 승무원과 협력업체에 맡겨두고 중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해당 비행기의 비즈니스석엔 연세대 동문회장을 맡고 있는 박 회장과 연세대 출신의 한승수 전 국무총리, 연세대 이사장인 허동수 지에스(GS)칼텍스 회장 등 연세대 관련 인사들이 가득했다. 이들이 찾은 곳은 칭다오세브란스병원 착공식이다.

박 회장이 정·관계 인사와의 ‘스킨십’을 승객·승무원과의 ‘스킨십’보다 중하게 보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본다. 사실이라면 기내식 대란은 ‘예고편’일지도 모른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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