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2017년 11월19일 서울 이마트 용산점에서 모델들이 이마트 개점 24주년 기념 와인을 선보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금 주류업계 비상이에요. 7월1일부터 와인 가격 할인이나 지원이 불가능해집니다. 벌금이 강력하고 3회 이상 위반 시 영업정지까지 가는 상황이라 당분간은 할인이 전혀 없을 듯합니다. 7월 전에 와인 구매해두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얼마 전 한 와인숍에서 받은 문자입니다. 주변에서도 비슷한 문자를 받은 지인들이 꽤 있습니다. 한 독자는 “7월1일부터 와인을 비롯한 주류 할인 행사가 없다는 말이 돌고 있는데, 정말 이달 중으로 와인을 쟁여놔야 하느냐”며 취재 요청을 해오기도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토요판에 ‘신지민의 찌질한 와인’이라는 코너를 연재하는 신지민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런 문자나 소문이 ‘유언비어’는 아닙니다. 이런 말들이 나온 것은 국세청이 다음달 1일부터 ‘주류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이 고시에 따르면 앞으로 주류 판매업자들이 주류 제조·수입회사의 지원금(리베이트, 판매장려금)을 받으면 처벌을 받게 됩니다. 기존에도 지원금 제공은 금지돼 있었습니다. 다만 지원금을 주는 주류회사만 처벌했고, 이를 받는 판매업체는 처벌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적발되면 주류회사가 과태료를 물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도매·소매업자들도 처벌을 받는 ‘쌍벌제’로 바뀐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주류업계에는 다양한 방식의 지원금이 있었습니다. 주류회사는 음식점, 술집 등 소매점에 자기 회사 주류를 이용해달라며 현금을 제공하는 것이 관행이었습니다. 판매량이 많은 도매점에도 현금이 전달됐습니다. 술 10상자를 주문하면 1~2상자를 더 주는 식으로 덤을 주는 방식도 많았습니다. 도매점 규모가 클수록 더 많은 술을 공짜로 받아 소매점에 더 싸게 공급할 수 있었고, 그 때문에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었습니다. 이에 정부는 주류 도매시장에서의 공정 경쟁을 위해 이번 고시를 시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제 주류회사들은 도매점들에 동일가격으로 술을 판매해야 합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전국 주류 도매·소매상들이 앞으로 할인행사가 없을 예정이니 구매를 서두르라고 문자 등을 소비자에게 보내고 있습니다. 정말 각종 할인 행사가 없어지고, 호프집에서 유행하는 ‘맥주 4병+1병’과 같은 행사도 사라질까요?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에서 열던 와인 시음회도 보기 어려워질까요? 각종 지원금이 없어지면 일시적으로 이런 마케팅 행사가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업계에서도 “당분간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제도가 본격적인 술값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도매점이 음식점·술집 등 소매점에 넘기는 병당 가격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죠. 소매점 역시 그 손실을 메꾸기 위해서 술값 자체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정부는 지원금이 줄어든 만큼 주류회사가 오히려 술값을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술 가격이 오를 수도 있겠다는 예측이 나오지만, 아닙니다. 그동안 리베이트로 변칙적 가격인하 효과가 있었던 것뿐입니다. 주류는 최종 소비재이기 때문에 많이 팔려면 반드시 판촉을 해야 하는데, 리베이트를 차단하면 다른 방법으로라도 경쟁해야 합니다. 가장 유용한 판촉은 가격인하입니다.”(국세청 관계자)
한번 정해진 소비자가격이 쉽게 내려갈진 의문입니다만 기대도 해볼 만합니다. “그동안은 도매상에게 돌아가던 혜택이 앞으로는 소비자에게 직접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통업체를 통해서 하던 가격인하 프로모션을 주류회사가 직접 하는 방식이 정착될 수 있죠.”(오비맥주 관계자)
이번 방침은 리베이트가 당연시됐던 주류업계의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대책입니다. 아직은 술값이 오를지, 오히려 내릴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아무쪼록 ‘와인 덕후’로서, 주류업계의 공정한 경쟁을 통해 그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오길 기대해보겠습니다.
신지민 토요판팀 기자 godji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