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6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전력공사 남서울본부에서 직원들이 각 가정으로 발송될 7월분 전기요금 청구서를 분류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여름 무더위를 함께 버텨낼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한겨레> 산업팀에서 에너지 분야를 담당하는 최하얀입니다. 오늘은 최근 주목을 받았던 전기요금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얼마 전 가정용 누진제가 여름철엔 완화된다는 소식과 함께, 한국전력이 ‘필수사용량 보장공제’를 폐지할지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졌습니다. 우리 집 전기요금,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가정용 누진제는 3구간(0∼200㎾h 93.3원, 200∼400㎾h 187.9원, 400㎾h 이상 280.6원)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우리 집이 지난달 235㎾h(전체 가구 평균)를 썼다면 전기요금은 3만510원입니다. 순수 전력 사용 요금(200×93.3+35×187.9)에 기본요금(1600원)을 더한 뒤, 부가가치세(10%)와 전력산업기반기금(3.7%)을 붙이면 최종 요금이 나옵니다. 기초생활수급자이거나 차상위계층, 장애인, 출산, 5인 이상 가구 등이라면 통상 1만∼2만원의 할인을 받게 되고요.
이런 가운데 앞으로 매해 7∼8월엔 1구간을 300㎾h까지로 확대하고 2구간은 300∼450㎾h로 옮겨 적용하게 되었습니다. 347㎾h(지난해 여름 평균)를 쓴다면 평시 요금체계에선 5만4430원을 납부하게 되는데, 여름에는 1만원가량 낮아진 4만3680원[(300×93.3+47×187.9+1600)×1.137원]을 내게 됩니다. ‘한국전력 사이버지점’ 누리집이나 ‘스마트 한전’ 앱에서 (예상) 사용량을 입력하면 실시간 요금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따금 온라인에서 ‘30만원 전기요금 폭탄을 맞았다’는 글을 보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슈퍼유저’ 때문에 불안에 떨 필요는 없습니다. 30만원이나 나오려면 사용량이 무려 1100㎾h 이상이어야 하니까요. 1천㎾h 이상부터는 ㎾h당 709.5원이 적용되는데 이러한 ‘슈퍼유저’는 전체 사용자의 0.1%에 그칩니다. 우리 집 전기요금이 15만원쯤 나온다면 650㎾h 정도를 쓰는 것으로 상위 5%에 속합니다.
사실 전체 가구의 40%에 가까운 1구간 가구(지난해 958만가구)는 원가보다 싸게 전기를 쓰고 있습니다. 한전은 용도별(주택·산업·일반 등) 원가를 공개하지 않지만, 매해 공개되는 총괄원가와 여러 비용 등을 바탕으로 역산하면 1구간 요금은 원가 아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입니다.
이에 더해 1구간 가구는 저소득층이 아니어도 ‘필수사용량 보장공제’를 통해 최대 4천원의 할인까지 받습니다. 200㎾h를 사용하면 1만7690원을 내는데 250㎾h를 쓰면 3만3710원으로 요금이 확 뛰는 것은, 2구간이 비싸서가 아니라 1구간에 ‘근거 없는’ 할인이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한전이 이 제도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한국의 주택용 전기요금이 매우 싼 편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2017년 기준 ㎾h당 0.1091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1659달러)보다 한참 낮습니다. 통신비(2인 이상 도시근로자 가구의 2016년 전체 소비지출액 중 5.5%)나 공공교통비(2.7%)보다 전기요금(1.7%) 부담이 덜한 편이기도 하고요.
이는 수년간 계속 전기요금이 싸진 결과입니다. 2013년 판매단가(세금·기금 제외 금액)는 ㎾h당 127.02원이었는데 2018년엔 106.87원으로 5년 새 16%나 떨어졌습니다. 산업용이 2013년 100.70원에서 2018년 104.46원으로 꾸준히 오른 것과 대조적입니다. 산업용 요금은 2017년 기준 0.0985달러로 오이시디 평균(0.1027달러)에 많이 근접했습니다. 시장왜곡을 일으키는 초저가 경부하요금(밤 11시∼오전 9시에는 53~68원/㎾h)은 여전히 조정이 필요하지만요.
많은 선진국이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고자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정책을 쓰고 있습니다. 전기요금에 재생에너지 확대 분담금 등을 반영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환경비용조차 전기요금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한국은 사용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최종전력소비량(0.42㎾h/달러)과 온실가스배출량(0.45㎏CO₂/달러) 모두 오이시디 평균(0.21, 0.23)의 2배에 이릅니다. 계속 싸게 많이 쓰며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셈입니다.
갈수록 더 덥고 추워지고, 그래서 요금을 낮춰 더 많은 전기를 쓰고, 원자력·석탄발전소는 늘어가고, 지구는 더 많은 핵폐기물과 온실가스를 떠안게 되는 악순환을 우리는 멈출 수 있을까요?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넘기지 않으려면 전기를 얼마나 쓰고 요금은 어느 정도가 돼야 하는지, 적극적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최하얀 산업팀 기자 ch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