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쓰촨성 청두 세기성 샹그릴라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한·일 정상이 한-일 관계를 복원하기로 하면서 4개월 넘게 이어져온 무역 갈등도 풀릴지 주목된다. 이번 정상회담으로 양국 통상당국 간 실무 대화는 좀 더 진전을 볼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수출규제를 둘러싼 이견이 워낙 커 향후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수출규제가 7월1일 이전 수준으로 조속히 회복되도록 결단을 내려달라”고 당부했고, 아베 신조 총리는 “수출관리정책 문제는 수출당국 간 대화로 풀어나가자”고 답했다. 지금까지 나온 양국의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지만, 정부 일각에선 이번 정상회담 이후 일본의 기류 변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친다.
먼저 일본이 국내 정치 이슈로 인해 한국과의 갈등 국면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점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아베 총리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대한 수출 감소, 관광객 감소 등으로 수출규제의 역풍을 맞은 상황이다. 수출규제 조처 이후 발생한 수출 손실이 한국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나면서 수출규제 수단이 일본 경기 악화를 부채질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예상과 달리 일본의 수출규제 조처 이후 한국 기업들이 발빠르게 수입처 다변화와 주요 소재 국산화 등으로 대처한 것도 일본으로선 아픈 대목이다. 여기에 내년 도쿄올림픽 성공을 위해 한국의 협조도 필요한 상황이다. 여러모로 대화의 물꼬가 트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 정부는 실무적인 절차 등 고려할 때 내년 1월 말 정도까지 가닥이 잡힐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가장 큰 리스크는 우리 쪽 징용노동자 변호인단이 일본 기업 압류 재산에 대해 현금화하는 일인데, 여기에 일본 쪽도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1월 말까지 협상이 진행되는 중에 리스크 요인이 현실화돼서 다시 경색되는 일만 없다면 어느 정도는 개선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의 근본적인 태도에 변화가 생길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6일 도쿄에서 열린 통상당국의 국장급 정책대화에선 수출규제를 둘러싼 양국 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틀 뒤 일본 경제산업성 관계자는 일본을 찾은 한국 외교부 기자단에 “한국과의 신뢰 관계를 재구축하고 갭을 채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외형상 대화가 재개됐지만, 수출규제 완전 철회엔 상당 시간이 소요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앞서 일본이 한-일 정상회담을 나흘 앞둔 20일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고순도 불화수소 등 3대 수출규제 품목 중 반도체 소재인 포토레지스트(감광재)에 대해서만 규제 완화 조처를 내놨지만, 한국 정부는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홍대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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