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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버핏도 발뺀 ‘죽음의 덫’ 항공주 다시 날까

등록 2020-05-07 04:59수정 2020-05-07 11:51

버핏, 항공사 주식 모두 처분
항공업계 큰손 버크셔해서웨이
‘위기는 기회’ 최근까지 주식매입
결국 주가폭락 못견디고 ‘두손’
항공주 미래에 버핏 “모르겠다”

버핏과 항공주 ‘오랜 악연’
1989년 매입한 유에스항공 파산
이후 항공주 폄하, 독설도 퍼부어
2016~2017년 다시 깜짝 매입
코로나 확산에 “내가 틀렸다” 밝혀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지난 2일(현지시각)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미국 4대 항공사 주식을 전부 처분했다고 밝히면서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한달 전까지만해도 “항공주를 팔지 않겠다”던 그였지만, 코로나19의 불확실성으로 언제 항공업이 정상화될지 모른다며 ‘전량 손절’의 이유를 밝혔다. 이를 계기로 버핏과 항공주와의 오래된 ‘악연’이 다시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현재로서는 “모르겠다”는 버핏이 항공주를 다시 찾을지,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관심사다.

버핏은 이날 온라인 주주총회에서 “내가 틀린 것으로 결론이 났다”며 “(항공주를 모두 판) 내가 틀리길 바라지만, 항공산업은 크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3~4년 이후에도 사람들이 예전처럼 비행기를 많이 탈지 모르겠다”며 “항공기가 너무 많다”고 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는 것뿐만 아니라 달라진 사람들의 생활 양식과 공급 과잉 우려까지 내비친 셈이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해 말 기준 델타항공과 사우스웨스트항공, 아메리칸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등 미국 주요 항공사 지분을 각각 7~11%씩 보유한 항공업계의 ‘큰손’이었다. 하지만 이들 4대 항공사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50% 이상씩 빠졌다. 그럼에도 ‘위기가 기회’라고 판단한 버핏은 지난 2월27일에도 델타항공 97만6천주를 4530만달러(주당 46.40달러)에 매입했다가 결국 한달 여만에 두손을 들었다. 지난 1일엔 델타항공 주가는 24.12달러까지 떨어졌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이날 1분기 실적발표에서 497억달러(약 60조5843억원)의 순손실을 냈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갈등이 본격화된 지난해 1분기만 하더라도 버크셔는 216억6100만달러 순익을 낸 바 있다.

버핏의 항공주와의 오래된 악연은 1989년에 시작된다. 그는 아메리칸항공의 전신인 유에스(US)항공 우선주를 3억5800만달러가량 샀다. 직후 주가는 급락했다. 1995년께 지분가치는 매입가의 25% 수준인 8950만달러까지 떨어졌다. 1998년 2억4천만달러 배당금을 받는 등 수익을 냈지만, 버핏은 “(항공주 투자는) 멍청한 결정이었다”고까지 말했다. 이후 유에스항공은 2002년 파산을 신청한 뒤, 이후 아메리칸항공에 합병됐다.

이때의 뼈아픈 경험과 더불어 항공산업에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이 지속되자 버핏은 항공주에 대해 기피 수준을 넘어 폄하와 독설을 이어갔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항공업계가 휘청이며 한동안 회복하지 못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는 유가 폭등이 찾아왔다. 고정 비용이 크고 강성 노동조합이 있다는 점까지 버핏에게는 눈엣가시였다. 그러는 사이 그는 2002년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와 한 인터뷰에서 “(라이트 형제의 동생인) 오빌 라이트를 총으로 쐈어야 했다. 그래야 후손들이 돈 낭비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2013년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주총회에서는 “투자자들은 100년 동안 항공사에 돈을 쏟아부었지만, (결국) 죽음의 덫”이라고 요약했다.

‘죽음의 덫’ 발언 3년 뒤인 2016~2017년께 버핏의 항공주 매입을 시장에선 깜짝 행보로 받아들였다. 버핏이 이 시기 항공업에만 100억달러(약 11조원) 베팅하자, 항공사를 인수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2014년 국제유가 급락 등으로 항공업은 다시 안정을 찾으며 2015년은 사상 최대치 실적을 경신했다. 인수·합병 등으로 미국 항공산업이 4개 대형 항공사로 재편된 것도 호재였다. 9·11 테러 이전까지 10개의 주요 항공사가 모두 국내선을 운영하며 가격 경쟁에 내몰렸다. 버핏은 항공주 매입 이유에 대해서는 자주 언급하지 않았지만, 2017년 미국 경제전문방송 <시엔비시>(CNBC)와 한 인터뷰에서 “20세기에 항공사들이 좋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다. (100년 넘게 우승 못한) 시카고 컵스 같았다. 항공사들은 안 좋은 시기를 빠져 나왔고, 이들이 잠재 수요를 합리적으로 유지하길 희망한다”고 말하며 긍정적인 전망도 내비쳤다.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되기 전까지 이런 전망은 맞아 떨어졌다.

“업계가 유망하다고 생각하면 주식을 최대한 많이 사서 장기 투자한다. 그러나 마음이 바뀌었다면 반쪽짜리 조처를 취하는 대신 포지션을 완전히 조절하는게 내 원칙이다.” 지난 2일 버핏은 주총에서 이렇게 말했다. 4대 항공주에 대한 ‘전량 매도’라는 강수는 곧 버핏이 항공업에 미래가 없다고 봤다는 얘기였다. 버핏의 이번 선택이 맞을지 틀릴지는 결국 시간만이 검증할 것이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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