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을 결정하는 3차 라운드 결선 대진표가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의 대결로 확정됐다. 세계무역기구 사상 첫 여성 사무총장 탄생을 앞둔 가운데, 두 후보의 치열한 막판 각축전이 예상된다. 최종 결과는 미국 대통령 선거 직후인 11월7일께 나올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세계무역기구 사무국은 8일(현지시각) 유 본부장과 오콘조이웨알라 전 나이지리아 재무장관이 사무총장 선거 최종 3라운드 결선에 진출했다고 비공식 대사급 회의에서 발표했다. 2차 라운드는 후보 5명 가운데 두 사람뿐 아니라 아미나 모하메드(케냐) 전 세계무역기구 각료회의 의장 등 ‘여성 3파전’ 양상이었는데, 둘이 남은 것이다. 유 본부장이 ‘국제 무역통상 헤비급’ 인물인 모하메드를 제치고 결선에 진출한 터라, ‘최초 한국인 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 가능성에 이목이 쏠린다. 2차 라운드에서 유럽연합(EU) 27개국이 유 본부장과 오콘조이웨알라를 공동 선호후보로 제시한 점이 결정적인 구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당국 고위 관계자는 “유럽연합을 집중 설득해 한국 후보 지지 교섭을 벌인 것이 주효했다. 회원국들이 지역 연고에 기반한 지지표 결집 양상을 보이고 있음에도 이를 딛고 유 본부장이 유럽, 중남미, 아시아·태평양, 중앙아시아 등에 걸쳐 지역별로 상당히 고르게 지지를 확보했다”며 “이제 최종 결선에서 유 본부장이 지지받을 확률은 50 대 50이다”라고 말했다.
결선에 오른 두 후보 모두 전문성과 정치적 역량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든 백중세라 섣불리 어느 한쪽의 승리를 점치기 어려운 판세다. 앞으로 한달간 양국 정상과 외교통상장관들이 선거운동 전면에 나서 회원국들에 지지를 요청하는 등 치열한 경합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한 통상전문가는 “두 인물 간의 대결이지만 실제로는 통상문제를 넘어 양국이 국가 자존심을 건 외교싸움에 돌입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콘조이웨알라는 국제 무대에서 ‘정치적 헤비급’ 인물로 통한다. 세계은행에서 부총재 직위까지 오르며 25년간 근무한 이력을 바탕으로 국제 무대 지명도가 높다. 다만 무역통상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게 약점이다. 이에 반해 유 본부장은 ‘현직 통상 최고책임자’로서 통상분야 전문성과 실무능력이 장점이고, ‘다자무역체제 신뢰회복을 꾀할 적임자’ 등을 선거운동기간 내내 부각해왔다. 유 본부장이 코로나19 이후 ‘케이(K)-방역’으로 높아진 국가 위상에서 한발 앞서 있다면, 오콘조이웨알라는 공공-민간 글로벌 보건파트너십인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이사회 의장으로서 “세계무역기구가 전세계 코로나19 백신 보급에서 해야 할 일”을 역설하고 있다.
통상분야 전문성과 정치적 역량 둘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둘지를 놓고 회원국 사이에도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결선은 164개 회원국별로 단 1명의 선호후보를 세계무역기구 일반이사회에 제시하는 협의절차 방식으로 이뤄진다. 두 후보의 막판 지지도가 엇비슷해진다면 세계무역기구를 주도해온 유럽연합과 미국·중국 등 일부 강대국이 물밑에서 최종 결정자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들 나라가 특정 후보에 적극 반대해 합의 도출이 어려워질 경우 예외적으로 표결로써 차기 사무총장을 뽑게 된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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