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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중소·중견기업 수출비중 늘었다는데… 마냥 박수치기 어려운 이유

등록 2021-01-06 04:59수정 2021-01-06 07:42

정부는 “코로나 뚫고 저변 넓혀” 진단
경기침체기마다 중소 수출 ‘반짝 확대’ 현상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에도) 대한민국 무역은 또 한 번 저력을 보여줬다. 수출 내용이 더욱 희망적이다. 중소기업 수출 비중이 늘어난 것도 매우 의미 있는 변화다.”(문재인 대통령, 지난해 12월 8일 ‘무역의 날’ 기념식)

“(코로나로) 다 막힌 상태에서 중소기업들이 이것을 뚫고 수출했다.”(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

“중소·중견기업의 성장 등 우리 수출 저변 확대가 2020년 수출의 특징이다.”(산업통상자원부)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 실적(5128억달러·전년 동기대비 -5.4%)에 대한 정부와 무역단체의 평가다. 이들의 진단처럼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경쟁력 강화로 한국의 수출 구조에 의미있는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일까.

일단 최근 2년간 총수출에서 중소·중견기업의 비중이 커진 것은 분명하다. 중소기업 수출 비중은 2018년 17.4%(1051억달러)→2019년 18.6%(1009억달러)→2020년 19.5%(1~11월 누계 901억9천만달러) 2년 연속 커졌다. 중견기업도 같은 기간 16.7%(1010억달러)→17.2%(932억달러)→17.4%(1~11월 누계·803억6천만달러)로 수출 비중이 커졌다. 2019년 기준 수출 대기업은 900여개, 중견기업 2200여개, 중소기업은 8만6천여개이다. 대·중·소 기업규모는 최종 수출단계에서 수출을 신고한 기업의 사업자번호로 구분된다.

중소·중견기업의 비중 확대 원인으로 정부는 정책 지원 효과와 소비자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꼽는다. 산업부 쪽은 “대기업의 주력 품목(반도체·컴퓨터·가전·바이오헬스·이차전지)에서도 수출액이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중소·중견기업 수출을 지원하는 각종 제도적 정책적 노력이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 수출 비중이 전체 수출액의 절반 남짓 차지하는 화장품·농수산식품 등 소비재 품목에서 지난해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낸 것도 중소·중견기업 수출 비중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정부는 설명했다.

그러나 정책 효과나 케이-뷰티 수요 확대 같은 요인만으로는 중소·중견기업 수출 비중 확대를 온전히 설명하긴 어려워보인다. 5일 <한겨레>가 한국무역통계진흥원의 기업규모별 무역통계 자료(2008~2020년)를 활용해 계산해보니, 중소·중견기업 수출 비중은 대체로 경기 침체기에 ‘반짝’ 확대됐다가 회복기에 들어서면 다시 낮아지는 흐름이 확연했다. 중소·중견기업 수출 비중이 2020년보다 높은 때가 중소기업은 4차례(2008년 21.1%, 2009년 21.1%, 2010년 19.8%, 2016년 20.1%), 중견기업은 2차례(2015년 17.6%, 2016년 17.5%)였다. 글로벌 금융위기(2008~2009년)와 저성장 장기화 우려가 크게 불거진 2015~2016년 전후로 중소·중견기업 수출 비중이 커진 것이다.

세부 변수로는 ‘국제 유가’ 영향이 가장 커 보인다. 배럴당 100달러 이상을 오가던 국제유가가 2008년에는 50달러 수준으로, 2016년에도 비슷한 수준의 하락폭을 보였다. 지난해에도 국제유가는 선물 가격이 한때 ‘마이너스’ 현상을 보일 정도로 크게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대기업의 주력 수출품목인 정유·석유화학제품 수출액이 급감하면서 대기업 수출 비중이 하락하고 총수출액도 감소했다. 정유·석유화학제품의 수출 비중은 약 12%(2020년)에 이를 정도로 총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지난해 석유화학과 석유제품의 수출 감소폭은 각각 16%, 40%에 이른다. 이는 대기업에 견줘 상대적으로 유가 영향이 작은 중소·중견기업들은 수출액이 늘어나거나 총수출 비중이 커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글로벌 경기침체(혹은 위기)→국제 유가 급락→석유·화학제품 가격 하락→수출 대기업 비중 축소→중소·중견기업 비중 확대의 인과관계가 느슨하게 형성돼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중소기업 수출 성적표를 놓고 ‘희망’을 강조하고 있지만, 수출 구조·체질에서 중소·중견기업 비중이 추세적으로 증가하는 굵직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근거는 아직 희박하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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