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제3차 대유행기였던 2020년 12월 서울 시내의 한 대형쇼핑몰이 한산하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파급 영향으로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가계의 의류·신발 지출비중이 197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반면 식료품과 임대료가 가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0년, 14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9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국민계정으로 살펴본 가계소비 특징’을 보면, 지난해 가계의 의류 및 신발 구매지출 비용이 전체 국내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2%다. 2019년 6.1%에서 0.9%포인트 감소했다. 한국은행 국민계정 통계를 이용해 연구원이 자체 계산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다만 연구원은 “중장기 추세로 보면 1970년대 10%대에서 지속 하락하는 모습”이라며 “지난해 지출 비중 급락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면 경제 활동 위축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비중이 아닌 명목금액으로만 보면 의류·신발 지출은 2019년 이전까지는 소폭 증가세를 유지했으나 2020년에 16.5% 감소했다.
의류·신발을 포함해 가계의 의·식·주 지출이 가계 총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36.8%로 2005년(37.0%) 이후 15년만에 최고치였다. 2019년(35.1%)에 견줘 1.7%포인트나 뛰어올랐다. ‘의’에서 의류·신발 구매 지출 비중은 크게 감소했으나, ‘식’에서는 엥겔계수(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지출 비중)가, ‘주’에서 슈바베계수(주택·오피스·상가 임대료 및 수도광열 지출 비중)가 각각 1.5%포인트와 1.1%포인트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실제 가계의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지출 비용이 전체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엥겔계수는 2020년 12.9%로 2000년(13.3%) 이후 20년래 최고치였다. 2019년(11.4%)에 견줘 1.5%포인트 증가했다. 가계의 임대료 및 수도광열 지출 비용이 전체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슈바베계수도 2020년 18.7%로 2006년(18.8%) 이후 14년만에 최고치였다. 2019년(17.6%)에 비해 1.1%포인트 증가했다.
연구원은 엥겔계수 및 슈바베계수 급등 원인에 대해 “경기 불황으로 소득 증가세가 둔화됐으나 그 이상으로 소비 지출 감소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소득(국민총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은 2019년 1.7%에서 2020년에 0.4%로 하락했다. 그런데 국내소비지출 증가율은 2019년 2.8%에서 2020년에는 –3.4%로 크게 위축됐다. 미래 불확실성이 크게 작용하면서 소득 위축에 비해 과도한 소비 위축이 이루어져 저축률이 상승(평균소비성향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식탁물가 급등도 엥겔계수 급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2020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9년(0.4%)에 이어 0.5%의 저물가 수준을 유지했으나,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물가 상승률은 2019년 0.0%에서 2020년 4.4%로 급증했다. 슈바베계수 급등에 대해서는 “주택매매가격 상승과 이에 따르는 전월세 비용 상승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원은 밝혔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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