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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동산

오세훈의 무모한 ‘사회주택 지우기’ 시도…공공임대보다 만족도 커

등록 2021-09-13 04:59수정 2021-09-13 09:49

오 시장 유튜브서 사회주택 비방
서울시는 뒤이어 감사 착수
“SH공사가 사업 실행하게 검토”
민간협력 체계 폐기 선전포고

공공임대보다 사후관리 충실하고
공급주체도 스타트업·중기 등 다양
업체 “이념과 무관한 부동산 혁신
정무라인 바뀌니 사업 불안해져”
유튜브 채널 오세훈TV 갈무리
유튜브 채널 오세훈TV 갈무리

“설마 서울시장 바뀐다고 내 주거가 불안해지겠어? 위기를 느끼긴 했죠. 그런데 진짜 이 나라는 정치인 하나 바뀐다고 사람 사는 게 왔다갔다 하네요.”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서울시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에 지난해 7월 입주해 살고 있는 김소영(가명·39)씨는 서울시 정책 변화 조짐에 주거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가 사는 사회주택은 서울시가 토지를 사고 입주자들이 낸 임차보증금으로 건물을 짓는 ‘민·관협력’ 방식으로 1인~4인가구 등에 총 11호가 공급됐는데, 이런 방식의 사회주택 공급이 중단될 위기다. 지난 1일 서울시는 사회주택 전반에 대한 감수에 착수하면서 “에스에이치(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동 사업(사회주택 사업)을 실행하는 방향으로 적극 검토”한다고 밝히는 등 사실상 ‘민·관협력’ 방식의 사회주택 사업 폐기를 시사했다. 지난달 26일 오세훈 서울시장의 개인 유튜브 채널인 오세훈티비(TV)에 ‘나랏돈으로 분탕질 쳐놓고 스~을쩍 넘어가시려고?’ 라는 원색적인 제목의 사회주택 비방 영상이 올라온 직후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16년 독일에서 살다가 2018년 한국에 들어온 그에게 사회주택은 ‘독일 수준의’ 주거안정을 제공하는 흔치 않은 임대주택이었다. 사회주택은 최대 10년 거주기간 보장에 시세 대비 80%로 저렴한 임대료, 임대료 인상률도 5%로 제한되는 민간임대 중에서는 주거 안정 수준이 가장 높은 ‘착한’ 임대주택이다. 사회주택 공급이 자연스레 확대된다면 10년 뒤 다른 사회주택으로 이주할 수 있겠지만, 사회주택 공급이 중단되면 무주택자인 그의 ‘집 걱정’은 다시 시작될 수밖에 없다. 서울에 공급된 사회주택 물량은 2783호로 공급목표(4500호)도 채우지 못한 수준이다. “전임 시장 업적이라고 그러는 것 같은데 시장 개인한테 고마울 게 뭐가 있겠어요. 서울이 좋은 도시라고 생각했죠. 아파트값 올라갈 때도 ‘부동산 블루’(자산격차 확대에 따른 우울감)가 없었는데 이제 생길 판이에요.”

서울의 사회주택 감사가 무분별한 ‘사회주택 때리기’에 불과하다는 사회주택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사회주택업계는 이같은 서울시의 행정이 사회주택이 임대시장에서 순기능을 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한 처사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① 에스에이치가 다 한다?…공공원룸에서 못 버티고 사회주택으로

서울시는 사회주택 사업을 에스에이치 주도 사업으로 재편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접근이라고 본다. 공급만 하고 사후 관리에 취약한 공공임대의 한계를 보완하는 사회주택이 이미 활성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테마형 임대주택’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주택 1천호 공급에 나선 것도 이런 ‘질적 효과’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반적인 빌라 매입임대는 공공이 수선이나 수리를 해주는 게 전부인 상황에서 사회주택업계에 있는 주거 서비스 노하우를 접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 사회주택 입주자 이보미(가명·40)씨는 2014년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신축한 공공원룸(도시형생활주택)에서 월 임대료 13만원을 내고 살다 ‘저렴한 임대료’ 말고는 장점이 없다는 걸 깨닫고 사회주택으로 옮겼다. 그는 “점점 공동으로 사용해야 하는 것들이 관리가 안 되기 시작하더라. 공사(에스에이치)에서는 입주자들끼리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는데, 아무도 모이지 않았고 결국 관리하는 사람이 없다는 게 너무 티가 나고 도둑도 들고 그랬다”며 “사회주택은 사무국이 있고 입주자들도 자발적이라 그때와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3일 찾은 해당 공공원룸은 건령 10년도 되지 않은 비교적 신축임에도 인근에 1990년대 지어진 구축 빌라만큼이나 낡은 상태로, 30호 중 15호가 공실이었다. 에스에이치 관계자는 “공실이 나면 재공급하는데 위치가 역에서 멀다거나 건물이 좀 노후화되면 매력이 떨어져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빈집형 사회주택을 공급하는 주식회사 온썸의 최용한 이사는 “서울의 공공임대가 17만호인데 에스에이치가 관리를 다 못 한다”며 “공공이 잘하는 일과 민간이 잘하는 일을 협력하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② 진보단체 나눠먹기?…임대시장 혁신하는 프롭테크 스타트업

지난달 26일 오 시장 개인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사회주택 비방 영상에 대해 한국사회주택협회는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고, 왜곡하고 과장해 사회주택 사업자가 부도덕한 집단인 것처럼 공개한 것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사회주택 공급 주체를 이른바 이념 성향이 강한 ‘진보단체’로 규정하고 나눠먹기를 한다는 식으로 과장했다는 것이다.

이는 시민사회 출신인 전임 시장이 사회주택 정책을 도입하면서 생긴 편견이다. 2015년 1월 서울시에 사회주택 지원 조례가 생긴 뒤 사회주택 공급 주체는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은 물론 프롭테크(부동산 관련 기술기업) 스타트업, 비영리법인, 일반 중소기업 등으로 다양해졌다. 서울·인천·경기·부산·전북 등 5개 광역 지자체에서 283개 공급 주체가 4910호의 사회주택을 공급했다.

2018년 사회주택 사업자로 선정돼 서울 강남구에 20호 규모의 사회주택(앤스테이블)을 지어 운영 중인 앤스페이스의 정수현 대표는 “주변에 공실 문제를 해소하고 싶어 하는 꼬마빌딩 건물주들이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수익률을 2~3%로 낮추고 사회주택 사업을 하면 안정적으로 자산가치를 보전할 수 있다고 설명드린다”며 “우리는 진보·보수 이런 거 아니고 그저 벤처 입장에서 새로운 부동산 서비스 혁신의 어젠다로 사회주택을 본 것뿐인데, 정무 라인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사업이 불안해지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프롭테크 스타트업 쉐어원의 이상욱 대표는 “이에스지(ESG) 관점에서 경제적 수익을 일정 부분 포기하고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민간자본을 공공자원과 매칭해서 공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주택이나 공간을 창출하는 데 사회주택이 좋은 경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③ 1인 가구 공유형 주택만?…4인 가구 독립주거형 모델도 나와

사회주택이 ‘셰어하우스’ 형태로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다. 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은 “셰어보다는 독립적인 생활을 보장하는 쪽으로 임대시장 트렌드가 바뀌면서 사회주택도 원룸형을 늘리는 등 변화하고 있다”며 “초창기 청년주책 공급 수단으로 사회주택을 활용한 측면이 있는데 최근에는 입주 대상도 비혼 가구나 시니어 가구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마포구 성산동의 함께주택협동조합은 최대 4인 가구까지 거주할 수 있는 비교적 넓은 면적의 사회주택을 공급한다.

한번에 10호 안팎의 소규모로 공급되는 사업 특성상 공급 실적이 전국 기준 4910호 정도로 5천호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은 서울시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서울시 지원 부족을 원인으로 꼽는다. 정수현 앤스페이스 대표는 “성산동 부지 사업자로 선정됐지만 에스에이치와 가스공사가 지장물 철거 책임을 서로 미뤄 착공을 못 하고 있다”며 “토지 운용이나 공유 자산 활용을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지도 같이 들여다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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