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장관, 15억짜리 “3억원대”
턱없이 낮은 신고가격…제도미비 논란
턱없이 낮은 신고가격…제도미비 논란
‘0자 하나를 빼고 신고했나?’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에 시세에 턱없이 못미치는 값을 매겨 신고한 고위 공직자들이 많았다.
김세옥 청와대 경호실장은 6억5000만~7억4000만원에 거래되는 경기 과천시 중앙동 24평 주공아파트의 가격을 8천만원이라고 신고했다. 정우성 청와대 외교보좌관은 10억원이 넘게 거래되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쌍용플래티넘 56평형 아파트를 6억750만원으로 신고했다.
오영교 행정자치부 장관의 경우, 15억원 정도에서 시세가 형성돼 있는 압구정동 한양 42평 아파트를 3억1100만원으로 신고했다.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은 10억원을 호가하는 서초동 45평 무지개아파트와 6억원대의 서초동 30평 우성아파트 가격을 각각 2억4700만원과 1억2천만원에 신고했다. 서대원 국가정보원 1차장은 분당 이매동 53평 삼성아파트를 시세의 15분의 1 가량인 7400만원이라고 밝혔다. 정상명 검찰총장도 10억원이 훨씬 넘는 강남구 대치동 43평짜리 국제아파트를 4억4천만원에 신고했다.
중앙인사위원회의 이성열 소청심사위원장은 20억원 가까운 49평 압구정동 한양아파트를 5억4천만원으로 신고했고, 조한유 소청심사위원은 26평 서초동 현대아파트를 시세의 5분의 1 가량인 7100만원이라고 밝혔다.
사법부도 마찬가지였다. 박송하 광주고등법원장은 48평형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를 3억7500만원으로 신고했다. 권남혁 부산고법원장도 15억원 안팎에서 거래되는 강남구 대치동 43평형 한보미도아파트를 3억원으로 신고했다.
부동산은 아니지만, 같은 골프장 회원권 값이 서로 다른 경우도 있었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남서울 컨트리클럽 회원권을 1억5300만원으로 신고했는데, 목영준 법원행정처장은 4천만원이라고 신고했다.
이처럼 신고 가격이 시세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한번 재산을 등록하고 나면 그 이후에는 시세 변화를 반드시 신고하지 않아도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오래 전에 등록한 경우에는 나몰라라 해도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실거래가를 반영한 재산공개가 되도록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쇠귀에 경읽기’였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