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최근 다세대주택과 오피스텔 등 1139채의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사망한 속칭 ‘빌라왕’ 사건을 계기로 임차인 피해 예방 및 지원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부동산 업계에선 최근 세입자 전세보증금 보호를 위한 여러 제도 개선이 이뤄졌거나 추진되고는 있으나 집값이 폭락하면 멀쩡했던 전셋집도 이른바 ‘깡통 전세’가 되는 전세 제도의 구조적 특성상 완벽한 대책이 조속히 마련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이에 따라 최근 바뀐 제도를 숙지하는 것과 함께 피해 예방을 위한 임차인의 계약 전 점검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지난 23일 국회를 통과한 국세기본법 개정안은 임차인의 전세보증금 보호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전망이다. 개정 법안을 보면, 내년 4월1일부터 임차주택의 경매나 공매 때 해당 재산에 부과된 증여·상속세, 종합부동산세 등 국세는 법정기일이 임차인의 확정일자보다 앞서더라도 해당 세액분 배분 한도 만큼은 임차보증금이 우선 변제받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국세와 저당권, 임대차 보증금이 다툴 때 권리설정일이 빠른 순서로 변제가 이뤄졌고, 예외적으로 해당 재산에 부과된 상속·증여세와 종부세는 법정기일과 관계없이 우선변제돼 임차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이번 개선안은 정부안이 없었지만 국회가 국세 징수보다 임차보증금을 우선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선 사례다. 다만, 개정안은 내년 4월1일 이후 매각결정(공매)이나 매각허가 결정(경매)이 난 물건부터 적용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임차인이 집주인의 국세 체납정보를 확인하기도 좀더 쉬워진다. 내년 4월1일부터는 임대차 계약을 한 임차인은 임차 개시일까지 임대인 동의 없이 미납 국세를 열람할 수 있다. 다만, 임대차 계약 전에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집주인의 동의를 받아야 미납 국세를 열람할 수 있다.
임대차 계약 당일에 집주인이 주택담보대출 등을 받아 근저당이 설정될 경우 임차인의 권리가 후순위로 밀리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되고 있으나 법안 통과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이에 정부는 최근 주택임대차 표준계약서에 ‘임차인의 대항력 효력이 발생할 때까지 임대인은 매매나 근저당권 설정 등을 하지 않는다’는 특약을 명시하도록 보완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임대사업자가 아닌 경우 표준계약서 사용은 의무가 아니어서, 임차인은 전세 계약 때 집주인에게 이런 특약을 요구하고 계약서에 명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최근 집값 급락 위험이 커진 부동산 경기 상황으로 볼 때 주택의 매매시세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빌라와 오피스텔 등은 ‘전세 사기’ 또는 ‘깡통 전세’ 위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런 집에 전세로 계약하려는 임차인이라면 주택의 매매시세와 관계없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 반환보증’에 반드시 가입하는 게 최선이다. 만일 집주인이 임대사업자인 경우에는 보증공사의 임대보증금 보증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며, 임차인도 보증 수수료의 25%를 분담해야 한다.
‘빌라왕’ 사건처럼 전세 계약기간 중간에 집주인이 바뀌거나 사망해도 임차인은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전셋집을 계약할 때부터 이후 집주인이 행방불명 등 사고가 생기더라도 해당 주택에서 임차보증금을 온전히 회수할 수 있는지 여부를 꼼꼼히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선순위 저당권 등이 없는 깨끗한 주택인 경우라도 경매를 통해 보증금을 100% 돌려받으려면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70% 수준 이하인 주택을 고르는 게 비교적 안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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