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 일대 아파트 단지.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정부가 새해 벽두에 꺼내든 서울 규제지역 및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 해제 등 전방위적인 규제완화 조처가 부동산시장에 끼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3차례에 걸쳐 단행된 수도권과 지방의 규제지역 해제보다 서울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처의 파급 효과가 훨씬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은 전통적으로 외지인의 관심이 높은 전국구 부동산 시장이고 집값 등락의 진원지이기도 해, 정부의 이번 조처는 다른 지역의 규제지역 해제 때와는 차원이 다른 고강도의 수요 부양책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집값이 상승세를 탔던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 말기부터 시작돼 2021년까지 5년간 지속된 규제지역 확대 조처가 새 정부 출범 1년도 안 돼 사실상 전면 해제 수순을 밟은 것은 규제완화 속도전의 ‘끝판왕’이라는 게 부동산업계의 평가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조처가 정부가 정책 목표로 삼고 있는 ‘주택시장 연착륙’을 뛰어넘어 올해 하반기 이후에는 ‘집값 상승의 불쏘시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서울 전 지역과 과천·광명·성남(분당·수정구)·하남시의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이 풀리면서, 이들 지역에선 대출·세금·청약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시가 15억원 이상 주택도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해진데 이어, 주택담보대출비율(LTV)도 기존 20~50%에서 70%까지 높아진다. 또 10년 재당첨 제한, 분양권 전매제한(3~5년) 등 청약관련 규제가 풀리고 2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취득세·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중과 등 세금도 크게 줄어든다.
시장에서는 이런 효과로 인해 1주택 또는 다주택자의 주택 구매심리가 되살아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번 조처로 무주택자의 대출이나 세금은 변화가 없지만 1주택자나 다주택자가 주택을 구입할 때 세금이 줄고 기대수익은 커졌기 때문이다. 박원갑 케이비(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1주택자가 서울에서 추가 주택을 살 때 지금은 취득세가 8%인데 5일부터는 일반 세율인 1~3%로 낮아지고 동시에 보유세·양도세 부담도 줄어들게 돼 급매물 거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주택자의 ‘갈아타기’ 수요, 집값 조정기를 활용한 다주택자의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구매)가 점차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위원은 “다만, 시장 전반의 반등 여부는 경기침체 변수가 있어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분상제) 적용 지역이 강남3구과 용산구를 제외하고 모두 해제된 것도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조처로 평가된다.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지출 비용을 분양가에 반영하고 자재값 상승을 분상제 기본형 건축비에 탄력적으로 반영하도록 한 정부의 ‘분양가 제도운영 합리화 방안’이 나온 지 6개월 만에 사실상 분상제가 유명무실화됐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최근 서울 강북권 신규 아파트 분양가격이 분상제 적용에도 불구하고 주변시세보다 높아지고 있는 현실 등을 들어 분상제의 실효성이 떨어졌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분양가 자율화는 부유층을 겨냥한 고가아파트 공급을 촉진하고, 시장 과열기에는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지역에서 ‘고분양가’와 주변 집값 상승의 악순환을 불러온 전례가 있다. 저렴한 신규 분양 아파트를 기다려온 무주택 서민들에게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소장은 “이번 규제지역 및 분상제 적용지역 해제는 최근 미분양 주택 증가,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등에 따라 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온 부동산시장 경착륙을 어떻게든 막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다만, 올해 하반기나 내년께 금리인상이 멈추고 시장 상황이 바뀌면 이번 조처들은 집값 상승의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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