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품 붕괴 논쟁이 가열되면서 지난 수십년 동안 이어져 온 ‘강남 불패 신화’가 드디어 무너질 것인지 여부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 대치동 타워팰리스 전경. 탁기형 기자 khtak@hani.co.kr
또 말폭탄? 물밑에선 조정 시작
국민 협박? 단기 급등지역 한정
국민 협박? 단기 급등지역 한정
부동산 거품(버블) 붕괴 논쟁이 갈수록 뜨거워진다. 정부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집값이 일본의 거품 붕괴 직전 수준”이라며 잇따라 경고를 쏟아낸다. 부동산 업계와 일부 언론은 “정부가 집값을 잡으려 국민을 협박한다”고 공격한다. 또 정부가 경제위기를 부를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을 연일 쏟아내 국민들을 불안하게 한다고 몰아세운다.
거품 붕괴의 초점은 전국이 아니라 거품의 핵심인 ‘강남3구’이다. 버블 붕괴론은 정확히 말해 지난 수십년 동안 이어져온 ‘강남 불패’의 신화가 드디어 막을 내리는 것을 뜻한다. 부동산 망국병으로 고생해온 대다수 국민은 오히려 이득을 본다는 점에서 ‘거품 붕괴 위험론’이나 ‘국민 협박론’은 지나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거품 붕괴 대상은 어디?=정부는 “거품이 없다면 빠질 것도 없다”며 거품 대상을 강남·서초·송파구, 목동, 분당, 평촌, 용인 등 이른바 ‘버블 세븐’ 지역을 지목했다. 거품의 핵심인 강남3구의 아파트 수는 전국 아파트(688만2천가구)의 3.6%(24만8천가구)에 불과하다. 그러나 아파트값 총액(공시가격)은 140조4천억원으로 전국 아파트값 총액(873조7천억원)의 16%를 차지한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는 강남(한강 이남 11구) 아파트값의 13.7%는 거품이라고 분석했고, 대신경제연구소는 지난해 7월 강남 아파트값의 45.7%는 거품이라고 못박았다. 정부도, 시장도 강남 집값이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올랐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위험론, 협박론 누가 맞나?=일부 언론은 “참여정부가 그동안 수없이 강경 발언을 쏟아냈지만, 강남 집값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며 “이번 경고도 말폭탄”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시장을 보는 이들의 생각은 다르다. 여원식 국민은행 부행장은 “주택 구입 때 피해를 보지 않도록 참고하라는 뜻이 아니겠냐”며 “최근 은행에서도 고객들에게 부동산 투자 비중을 낮추라고 권한다”고 소개했다. 정부도 부동산 불패 신화를 믿고 투기에 나섰다가 거품이 꺼져 자산소득이 급격히 감소한 일본을 예로 든다. 강남구 개포동 ㅂ공인 조아무개 사장은 “시장이 관망하는 것 같지만,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이 현실로 다가와 이미 물밑에서는 가격 조정이 시작되고 있다”고 전했다.
거품 붕괴 서민만 피해?=건설산업연구원은 “국내 부동산 시장 거품은 국지적”이라고 분석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등 국내 연구기관들도 “일본의 부동산 거품은 유형 구분 없이 전국적인 현상으로 규모가 매우 컸으나, 우리나라는 강남 중심의 수도권 일부 지역 아파트가 문제”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버블은 일부 강남 부동산 부자들이 초점이다. 대다수 서민들은 사실 거품 논쟁과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있다. 한덕수 재정경제부 장관은 “부동산시장 하락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주식시장 하락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보다 작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설명했다. 보유세 강화를 계기로 강남의 1주택자들까지 집값이 너무 오른 걸 걱정하고 있다. 개포동에 사는 정수길(44)씨는 “깔고 앉아 사는 집인데, 세금은 불어나고 평수 넓히려는 꿈은 사라진 지 오래”라며 “제발 집값 좀 떨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거픔 제거는 ‘제자리 찾기’라는 게 정씨의 생각이다.
허종식 석진환 기자 jo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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