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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동산

오락가락 부동산정책 어디서 잘못됐나…

등록 2006-06-14 19:15수정 2006-06-15 11:14

노대통령 나서 ‘분양원가 공개’ 공약 뒤집어
당정협의서 8·31대책 ‘종이호랑이’로 전락
첫단추부터 후퇴 ‘불신’

집값폭등 등 부동산정책의 실패는 여당이 5·31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결정적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로 참여정부가 들어선 2003년 초 이후 3년간 전국의 아파트값은 17.5%가 올랐고, 집값 불안의 진원지인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이른바 ‘강남3구’는 52.2%나 폭등했다. ‘집값만은 반드시 잡겠다’고 거듭 밝힌 참여정부에서 왜 이렇게 집값 폭등이 일어났을까?

부동산업계에선 가장 큰 원인으로 종합부동산세 도입,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등을 뼈대로 한 2003년 10·29대책의 입법 후퇴와 노무현 대통령의 공개적인 아파트 분양원가 반대 등을 꼽는다. 판교새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의 개발사업을 하면서 사전에 개발이익 환수장치를 철저하게 준비 못한 것도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부의 부동산대책에 사사건건 반대한 야당과 보수언론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여당이 자초=노 대통령은 2004년 6월9일 민주노동당 의원들과 청와대 만찬을 한 자리에서 “분양원가 공개 반대는 소신”이라며 “여당이 대통령의 소신을 확인하지 않고 공약했다가 차질이 생겼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것이 개혁후퇴는 아니다”고 말했지만 시장은 정책후퇴로 받아들였다. 당시 청와대 게시판 등에는 “서민들은 아파트 한채도 못사는데 로또 당첨만 기다리라는 말이냐”는 등 분노의 글이 잇따랐다.

정부·여당은 당정협의를 통해 2004년 말 10·29대책의 후속조처로 종합부동산세를 만들면서 과세 대상을 애초 계획했던 주택 6억원 이상에서 9억원 이상으로 완화했다. 또 세대별 과세방침도 인별 과세로 후퇴했다. 부동산만은 확실히 잡겠다던 참여정부의 첫 작품이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것이다. 심상정 민노당 의원은 이때 종부세 법안을 “차 떼고 포 떼고 졸만 남았다”며 “말로만 부동산을 잡겠다는 것”이라고 혹평했다. 당시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은 “1가구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시기를 유예하자”고 주장하는 등 부동산정책의 혼선을 부추겼다.

이같은 정부·여당의 잇단 정책 후퇴와 혼선은 집값폭등으로 연결됐다. 10·29대책 발표 직전 4.09% 올랐던 서울 강남구의 집값은 11월엔 바로 2.07% 떨어졌고, 이런 하향 안정세는 2004년 말까지 계속됐다. 그러나 완화된 종부세 법안이 통과된 2005년 1월 집값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고 3~6월에는 자고나면 1억원씩 오른다는 말이 나올만큼 폭등했다. 6억~7억원이던 강남의 30평형대 아파트가 14억~15억원으로 뛰었다. 다급한 정부는 다시 대책 마련에 들어갔고 △종부세 대상을 6억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 세제를 크게 강화하는 내용의 ‘8·31부동산종합대책’이 탄생했다. 그러나 서민들은 이미 억장이 무너진 뒤였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경제학)는 “2004년말 입법화된 종부세가 여당에 의해 ‘종이호랑이’이 된 게 결정적 패착”이라며 “정권 핵심의 의지가 흔들리면서 시장이 정부 정책을 불신해 투기가 판친 것”이라고 진단했다.

야당·보수언론 공동책임=심 의원은 “국회 재경위에서 종부세를 논의할 때 한나라당은 무조건 반대했다”며 공동책임론을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8·31정책마저도 ‘세금폭탄’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세금폭탄이라고 하지만 종부세 대상인 6억 이상 주택은 전체 주택의 1.2%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보수언론의 ‘흠집내기성’ 보도도 잇따랐다. 한 신문은 8·31대책에 ‘폭탄’ 그림을 그려넣어 정부정책이 무시무시하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강조할 정도였다. 언론의 이런 태도는 부동산 대책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됐고, 시장에선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의 근거가 됐다.


허종식 최종훈 기자 jo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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