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도시의 소득 대비 주택매매 가격 비율
강남 아파트값, 연소득의 20배
최근 집값 폭등의 여파로 서울 지역의 소득 대비 아파트값 수준이 미국과 영국 등의 주요 도시 평균과 견줘 갑절 가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서울의 아파트값에는 거품이 끼었다는 얘기다.
<한겨레>가 주택도시연구원·대신경제연구소·부동산뱅크의 도움을 받아 서울 아파트의 거품 실태를 분석한 결과,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는 거품이 상당히 심각한 상태이며, 강남 3구를 제외한 비강남 지역과 수도권에도 거품이 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소득이나 임대료와 견줘 어느 정도 수준인지와 이 수준이 과거 추세보다 얼마나 높은지를 보고 거품 여부를 판단한다.
분석 결과를 보면, 서울 지역의 도시 근로자가구 연간 소득 대비 아파트 매매가격(33평형) 비율은 지난 18일 현재 11.3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33평형 아파트값은 평균 4억6천만원, 도시근로자 연 소득은 4071만원으로 계산한 값이다. 이는 1988년부터 2005년까지 17년의 장기 평균인 9.0배보다 25.6% 높은 것이다.
특히 강남 3구는 이 값이 20.4배로 장기 평균(10.7배)의 갑절에 이르러 거품이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추정된다. 강남 지역의 소득이 높은 점을 고려해, 도시 근로자가구 평균이 아닌 상위 계층 20%의 연간 소득(7911만원)을 적용해도 이 비율은 10.5배로 장기 평균(5.5배)을 두 배 가까이 웃돈다. 비강남 지역은 10.0배로 장기 평균(8.3배)보다 20.5% 높았다. 2006년 들어 서울 지역 아파트의 거품이 빠르게 팽창했다는 것이다.
또 서울 지역의 소득 대비 아파트값 수준은 외국의 주요 도시들과 견줘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미국 부동산 조사업체인 웬델콕스컨설팅(demographia.com)이 최근 미국·영국·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아일랜드·뉴질랜드 등 여섯 나라 도시 100곳의 지난해 9월 기준 집값 수준을 조사한 결과, 이 비율이 평균 4~6배였다. 미국 로스앤젤레스가 11.2배로 조사 대상 가운데 가장 높았다. 웬델콕스컨설팅은 “이 비율이 5배가 넘으면 지속 가능한 수준을 크게 벗어난 것”이라며 “많은 지역들의 가격이 우려스러운 수준”이라고 밝혔다.
지규현 주택도시연구원 박사는 “소득 대비 매매가격 비율은 가계가 벌어들인 소득으로 집을 살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에 주택 수요가 감소하고 가격은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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