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많은데 수요 없어 집값 계속 하락
분당 10억짜리 아파트 7억에 내놓기도
“금리 오르는데 누가 빚얻어 집사겠나”
분당 10억짜리 아파트 7억에 내놓기도
“금리 오르는데 누가 빚얻어 집사겠나”
얼어붙은 부동산시장
“올 들어 한건도 거래가 없어요. 분당에 중개업소 열에 아홉은 같은 실정입니다.”
20일 낮, 경기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 계룡리슈빌 아파트 상가의 ㄹ부동산 김아무개 대표는 “고점에 견줘 중소형은 20%, 40평형대 이상의 대형은 30~40% 값이 내렸는데도 거래가 전혀 없다”며 “이제는 팔려는 사람도 포기했는지 매물을 내놓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인근 야탑동 탑마을 아파트 중개업소들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곳 중개업소의 김아무개 대표(48)는 “6월에 전용 132㎡(옛 48평형)를 6억8600만원에 딱 한건 거래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평형은 최고로 비쌀 때인 2006년 말에는 10억5000만원 선을 오갔다. 이 아파트 주민 김아무개(53)씨는 “48평형에 사는 이웃이 판교로 이사가려고 7억원에 집을 내놓았는데 몇 달째 팔리지 않아 이사를 못 가고 있다”고 전했다. 서현동 효자촌 대우아파트, 한양아파트도 매물은 많이 나와 있지만 매수세는 전혀 없다. 대우아파트 전용 84㎡의 경우 최고가일 때는 6억5000만원이었으나 지금은 부르는 값이 4억5000만원으로 2억원 정도 하락했고, 같은 규모의 한양아파트는 평균 1억5000만원가량 빠졌다.
집값 하락세가 가장 가파른 곳 중의 하나인 경기 용인의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매물은 많은데 수요는 없다”고 푸념했다. 용인 동백지구의 동일하이빌 앞의 ㄷ부동산 관계자는 “호가는 30평형대 1억5000만원, 40평형대는 2억원 이상 하락했다”며 “하지만 거래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용인 수지구 상현동 엘지자이 138㎡형은 6억3500만원에서 4억6000만원으로, 최근 3~4년간 30%(1억7500만원)가량 떨어졌다.
서울 강남도 집값이 급히 하락하기는 마찬가지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7㎡(10층)는 고점인 2006년 말에는 11억원대였으나 지난달에는 8억7500만원에 거래됐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 77㎡(8층)는 최고 비쌀 때는 13억원을 넘었으나 지금은 10억원대에 매물이 나와 있다.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경기 침체, 금리인상, 중대형의 과도한 공급,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실수요자들이 매수에 나서지 않는 것 등을 집값 하락의 원인으로 꼽았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우리나라는 소득에 비해 집값이 너무 비싼데다 금융위기 이후 단기간에 집값이 너무 많이 상승한 것이 하락세로 되돌아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를 비롯한 정부의 시장 활성화 대책에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ㄹ부동산의 김 대표는 “대출규제 완화 등의 대책을 발표해도 시장은 이미 식을 대로 식어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며 “가격이 좀더 내려가면 실수요가 생길 것이므로 그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지금 상황에서는 ‘빚내서 집 사라’는 대출규제 완화보다는 시장 원리에 맞기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지적한다. 김규정 부동산114 부장은 “가격이 오른다는 전망이 있어야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데 금리는 오르고 집값은 떨어지는데 기다리면 되지 누가 집을 사겠느냐”며 “수요자들이 원하는 정도로 가격이 떨어지면 거래가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부동산 실장도 “시간이 지나면 매도, 매수세 간에 접점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114 조사치를 보면, 올 들어 이달 16일까지 수도권에선 용인(-4.76%), 고양(-4.56%), 파주(-4.11%), 분당(-2.51%), 서울 도봉(-4.14%), 송파(-3.95%) 등의 하락세가 눈에 띈다. 하지만 하반기엔 ‘입주폭탄’이 쏟아지는 곳을 중심으로 하락세가 더 가파를 전망이다. 건설사들이 2007년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밀어내기 분양’을 한 물량이 올 하반기부터 본격 입주한다. 분양가 상한제 회피 물량은 그야말로 ‘폭탄’이다. 고양시 1만2887가구, 용인 6457가구, 파주 6321가구, 인천 남동구 6036가구, 서울 은평구 5707가구 등 주로 공공택지를 중심으로 물량이 쏟아진다.
한편 거래 실종과 함께 신규 분양시장도 차갑게 식고 있다. 부동산정보 업체 닥터아파트가 집계한 결과를 보면, 7월 들어 19일 현재까지 전국의 아파트 분양 실적은 고작 2070가구다. 이는 2003년 이래 7월의 분양 실적으로는 최저 물량이다. 남은 7월의 예정 물량이 267가구에 불과해 이 물량을 모두 포함해도 2500가구를 넘지 않는다. 8월도 이런 추세로 가면 분양시장은 극도로 부진할 전망이다. 허종식 선임기자 jongs@hani.co.kr
한편 거래 실종과 함께 신규 분양시장도 차갑게 식고 있다. 부동산정보 업체 닥터아파트가 집계한 결과를 보면, 7월 들어 19일 현재까지 전국의 아파트 분양 실적은 고작 2070가구다. 이는 2003년 이래 7월의 분양 실적으로는 최저 물량이다. 남은 7월의 예정 물량이 267가구에 불과해 이 물량을 모두 포함해도 2500가구를 넘지 않는다. 8월도 이런 추세로 가면 분양시장은 극도로 부진할 전망이다. 허종식 선임기자 jo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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