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8.3% 상승했다. 3월 상승률 8.5%보다 낮아졌지만 시장 예상치인 8.1%를 약간 넘어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더 빠른 속도로 인상할 것이라는 기대로 주요 주가 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거시적으로 주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금리와 경기다. 현재는 금리 상승으로 주가가 하락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경기 침체로 주가가 한 단계 더 떨어질 수 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지난 3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이달에는 0.50%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4월 통계에서 나타난 것처럼 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연준은 다음달과 오는 7월에 개최될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도 빅스텝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금리 인상은 물가 상승률을 낮출 수 있지만 경기 침체를 초래할 수도 있다. 현재 미국 경제에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 압력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지난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0%였지만 경제성장률은 -1.4%였다. 1분기 비농업 부문에서 노동생산성은 연율로 7.5% 감소했지만 단위노동비용은 11.6%나 증가했다. 통화정책의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가 물가 안정이다.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금리 인상은 시차를 두고 소비를 위축시킬 것이다. 지난해 말 미국 가계의 원리금 상환액은 가처분소득의 9.3%로, 2000년 이후 평균(11.1%)보다는 낮지만 2020년 2분기 8.9%를 저점으로 꾸준히 오르고 있다. 정부의 가계 지원으로 지난해 3월 5만7600달러까지 늘었던 1인당 실질 가처분소득은 올해 3월 4만6000달러로 줄었다. 코로나19로 2020년에 연평균 16.3%까지 올라갔던 가계저축률도 올해 1분기에는 6.6% 낮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더 인상되면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가 줄어들 것이다.
금리 인상은 기업의 투자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총생산 대비 기업부채비율은 49.6%로 사상 최고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금리가 올라가면 기업이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와 투자 위축은 총수요 곡선을 좌측으로 이동시켜 물가 상승률을 낮추지만 동시에 경제성장률도 떨어뜨린다. 이를 고려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월을 정점으로 하반기로 갈수록 낮아질 것이다. 필자가 예측해보면 12월에는 물가 상승률이 4%대 중반으로 떨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연준은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다. 급격한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로 큰 폭으로 하락했던 주가가 하반기에는 반등할 수 있다. 그러나 현 경제 상황에서 물가 상승률 하락은 곧 경제성장률 하락이다. 하반기 후반으로 갈수록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 인상보다는 경기 침체가 또 한 번의 주가 급락을 초래할 수 있다. 2008년과 비슷한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