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전장보다 0.72포인트(0.03%) 내린 2,191.35에 개장했다.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니터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등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주도하는 글로벌 통화긴축이 주가를 짓누르고 있다. 주요국 주가는 대부분 6월에 기록했던 저점을 하회하거나 비슷한 수준까지 내려갔다. 코스피도 6월 저점보다 한 단계 더 내려간 2200선에 머물고 있다. 게다가 연준은 올해 총 1.25%포인트가량의 금리 추가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행 역시 다음달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주식시장 압박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주식시장만큼이나 혼란을 겪고 있는 시장이 있다. 바로 자금과 채권시장이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장단기 금리의 급등과 신용 스프레드의 확대는 4분기 중 경제 주체들의 유동성 관리가 만만치 않은 상황에 접어들었고, 경우에 따라서는 보유 자산 매각에 따른 자산가격 급락과 자금시장 경색이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무엇보다 부동산 시장 불안의 영향이 커 보인다. 부동산 시장의 본격적인 침체는 부동산 금융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동산 침체는 분양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분양대금으로 상환돼야 할 프로젝트 금융의 안정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또 높은 건설 비용과 금융 비용이 수익성 자체를 떨어뜨려 계획돼 있던 프로젝트의 진행이 어려워지고 있다.
프로젝트 금융의 안정성이 떨어지면 참여했던 금융기관들의 유동성 압박이 심해진다. 불안해진 투자자들이 해당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를 꺼리기 때문이다. 이 경우 다른 방법으로 유동성 확보가 필요해지는데, 이 과정에서 자산 매각 등이 나타나면서 시장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물론 많은 금융기관들은 유동성 관리를 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시장에 공급되는 유동성의 감소를 의미하기 때문에 자금 조달이 필요한 또 다른 경제 주체들은 어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다.
환율 급등 역시 금융기관의 자금 사정을 압박할 수 있다. 해외자산 투자 비중이 높은 기관투자자들은 환 헤지를 자산의 전체 만기가 아닌 단기로 반복하는 경우가 많은데, 환율이 급등하면 새롭게 헤지를 할 때 더 많은 원화를 제공해야 한다. 다른 자산을 매수할 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위기까지 가진 않더라도 금융기관의 유동성 압박은 자산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이는 다시 환율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내년 경기 침체 전망이 대세가 되고 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현재의 주가는 상당히 싸졌다고 볼 수 있다. 시장은 기업 실적의 둔화를 상당 부분 미리 반영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침체의 정도와 기간이 예상보다 더 크고 길어질 수는 있지만, 코스피 기준 이미 고점 대비 35%나 하락한 상황에서 경기 문제로 인한 추가 하락의 폭이 클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그러나 자금과 채권시장의 불안이 가중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자산 가격 하락과 유동성 압박 간의 악순환 고리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금리 인하를 통해 시장을 안정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도 문제다. 정책당국이 다양한 대응책을 준비 중이겠지만, 위험자산 투자자들은 자금과 채권시장이 안정되기 전에 무리하게 투자 비중을 높일 이유가 없다.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