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한겨울의 거리는 눈이 얼어붙어 차고 울퉁불퉁했다. 문 닫을 테니 나가라는 카페에서 쫓겨난 참이었다. 또다시 우리는 마주보았고 또 한 번 단도를 꽂듯 친구가(그렇다, 친구다) 나쁜 년, 욕을 뱉어냈다. 무지근하게 참아내던 마음이 벌컥 뒤집혔다. 뇌관을 건드린 나쁜 조합, ‘나쁜’보다 ‘년’이란 말을 견디기 어...
삼랑진 철교 곁에서 허 만 하 노을빛 능소화 꽃 두 송이 찻집 간판 밑에 떨어져 있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빠르기 때문에 보이는 흐름은 유난히 조용했다. 철교를 조준하여 쏟아져 내린 햇살은 일부 수면에서 부서지고 있었다. 수면에서 튀어 오른 빛의 분말은 이미지였을까. 기억이었을까. 철교를 먼...
레프 톨스토이가 한국에 처음 소개된 건 1909년 잡지 <소년>을 통해서였다. 최남선과 이광수가 주선자이자 그의 숭배자였다. 투르게네프와 함께 톨스토이는 1920년대 독자들에게 이광수만큼 많이 읽힌 것으로 알려진다. 그렇지만 어떤 톨스토이였나를 묻게 되면 대답은 궁색하다. 소설가로서 그의 대표작 <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