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뱀’ 협박 견디며 민사소송서 승소한 시오리 한국 언론중 <한겨레>에만 ‘음성메시지’ 보내 “한국, 언제나 당신들로부터 자매애를 느껴요”
지난 19일 한겨레신문 1면에 활짝 웃는 표정으로 등장했던 이 여성, 기억하시나요? 일본 미투의 상징 이토 시오리씨입니다.
시오리씨는 언론인 지망생이던 지난 2015년 4월 당시 TBS기자이자 아베 총리의 측근인 야마구치 노리유키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했는데요. 이에 대해 검찰이 “블랙박스 같은 밀실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불기소 처분을 내리자 2017년 7월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고 일본 최초로 ‘미투(#MeToo·나도 당했다)’에 나섭니다. 그러나 한국보다 성인지 감수성이 결코 높지 않은 일본 사회에서 그의 폭로는 ‘꽃뱀’이라는 조롱과 ‘죽이겠다’는 협박으로 되돌아왔죠.
일본 미투 운동의 상징인 이토 시오리가 18일 일본 도쿄지방재판소 앞에 서 있다. 이날 도쿄지방재판소는 이토가 아베 신조 총리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야마구치 노리유키 전 <티비에스>(TBS) 방송 기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내렸다. 도쿄/AP 연합뉴스
그러다 지난 18일 극적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도쿄지방재판소가 “가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며 가해자가 330만엔, 우리 돈 3500만원을 시오리씨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한 겁니다. 시오리씨는 판결 후 기자회견에서 “형사사건은 불기소 (처리)돼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게 됐지만, 민사소송을 제기해 공적인 법정에서 증거를 내놓아 조금이라도 (사실이) 공개됐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판결 직후 시오리씨는 지난해 10월 그와 인터뷰를 진행했던 <한겨레> 임지선 젠더데스크에게 음성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국내 언론 가운데 처음인데요. 그는 한국에 특별히 더 고맙다며 인사를 전했습니다. 영상으로 확인하시죠. 최윤아 기자 a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