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알햄브라의 한 슈퍼마켓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40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9.1%의 상승률을 기록하자 연방준비제도(Fed)가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뛰어넘어 1%포인트 인상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3일 발표된 6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에 대한 연준의 대응에 대해 “모든 가능성이 살아 있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보스틱 총재는 ‘모든 가능성’에 1%포인트 인상도 포함되냐는 기자들 질문에 “(그것을 포함해) 모든 것을 뜻한다”고 답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0.75%포인트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자신은 이미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예상하고 있었다고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 하지만 그도 기대 인플레이션 지수나 소비지출 등 후속 지표가 필요성을 뒷받침한다면 1%포인트 인상까지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연준은 이달 26~2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열어 현재 1.5~1.75%인 기준금리 조정을 결정한다. 연방공개시장위는 5월 소비자물가지수가 8.6%라는 급상승세를 보이자 지난달 15일 28년 만에 단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렸다. 당시 제롬 파월 연준 이사회 의장은 7월 연방공개시장위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지 0.75%포인트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6월 소비자물가지수가 9%선마저 돌파하자 0.75%포인트 인상은 기정사실화했고 1%포인트 인상 가능성마저 고개를 드는 것이다.
연준이 실제로 1%포인트 인상을 단행할지에는 휘발유, 식품, 주택 임대료를 중심으로 급등한 물가 방향을 어떻게 볼지가 우선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뛰어넘었지만, 동시에 상승률이 정점을 찍은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휘발유 가격이 6월에 전년 같은 달보다 60%나 뛰면서 에너지 가격 오름폭이 소비자물가 상승세에서 약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하지만 사상 최초로 갤런당 5달러를 돌파했던 미국 보통휘발유 평균가는 국제 원유 가격 하락세를 일부 반영하며 현재 4.6달러선으로 내려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정유회사들이 원유 가격 하락폭만큼 휘발유 값을 내리지 않는다며 가격을 더 낮추라고 채근하고 있다.
연방공개시장위의 기준금리 결정 때까지 이어질 소비지출 등 각종 경제 지표도 판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6월 이후 물가 상승률이 다소 주춤할 것으로 전망되더라도 높은 물가 상승률이 고착화할 것으로 판단된다면 연준이 확실한 물가 제압을 위해 지금까지보다 강한 대응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한편 캐나다 중앙은행은 이날 0.75%포인트 인상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 1%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며 선진 경제권에서 처음으로 ‘울트라 스텝’을 밟았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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