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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가라” “말라”…펠로시 대만 방문 여부 뜨거운 찬반론

등록 2022-07-31 13:24수정 2022-07-31 14:10

민주·공화 의원들 “가고 싶으면 가야”
“중국 쪽서 펠로시 설득 의원들에 요구”
“군사적 충돌 이어질 가능성” 반대도
“1996년 대만해협 위기 후 최악 우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로이터 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로이터 연합뉴스

29일(현지시각) 아시아 순방길에 오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가능성을 두고 미국에서 찬반론이 뚜렷하게 대립하고 있다. 찬성론은 위협에 굴하는 모습을 보이면 대만 문제를 두고 중국에 계속 끌려다닐 것이라고, 반대론은 구태여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한국·일본·말레이시아·싱가포르를 방문할 예정인 펠로시 의장이 대만 방문 여부에 대해서는 함구한 가운데, 반중국 여론이 높은 의회 쪽에서 찬성하는 목소리가 큰 편이다. 앞서 펠로시 의장이 자신에게 대만 방문 동행 의사를 타진했으나 일정 때문에 고사했다고 밝힌 하원 외교위원회의 마이클 매콜 공화당 간사는 “어떤 의원이라도 (대만에) 가기를 원한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그게 시진핑 주석에게 정치적 억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 쪽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막으려고 의원들에게 압박을 가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민주·공화당 의원들이 참여한 미-중 워킹그룹에 참여하고 있는 릭 라르센 민주당 하원의원은 샌프란시스코 중국 총영사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단념시켜달라고 자신에게 부탁했다고 밝혔다. 라르센 의원은 “그들이 우리가 무엇을 해야만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대답해줬다”, “펠로시 의장은 이런 일들에 나보다 경험이 훨씬 많고, 그래서 그의 판단을 신뢰한다”고 <시엔엔>(CNN)에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쪽 인사들도 대만 방문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트위터로 “낸시, 내가 함께 가겠다. 난 중국에서 입국금지를 당했지만 자유를 사랑하는 대만에서는 아니다. 거기에서 보자”고 했다.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은 “펠로시 의장이 가기를 원하면 마땅히 가야 한다”고 <시엔엔>에 말했다.

그러나 독일마셜펀드의 보니 글레이서 아시아프로그램 국장과 잭 쿠퍼 미국기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9일치 <뉴욕 타임스>에 “낸시 펠로시의 대만 방문은 너무 위험하다”는 제목의 공동 기고를 실었다. 이들은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중 충돌 가능성이 계속 높아진 상황이라며 “단 하나의 불똥도 이렇게 가연성이 있는 상황에서는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는 위기를 점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니얼 퍼거슨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30일 <블룸버그> 칼럼에서 대만을 둘러싼 긴장이 1996년 이래 이렇게 높아진 적은 없으며,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중국을 벼랑 끝으로 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1995~96년에는 리덩후이 대만 총통의 미국 방문과 총통 선거를 둘러싸고 3차 대만해협 위기가 발생했다. 당시 중국은 대만 건너편 푸젠성에 병력을 집결시키고 대만 근처에 미사일을 쏘며 압박을 가했고, 미국은 항공모함을 출동시켰다. 퍼거슨은 “1996년에 중국은 미국 항공모함을 격침할 방법이 없었다.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의 각료였던 이들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지지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본인은 이번 논란을 앙숙을 비난하는 기회로 삼았다. 그는 29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펠로시가 건드리면 모든 게 혼란스러워진다”며, 펠로시 의장이 대만해협을 둘러싼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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