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교류재단 초청 방한] “석유로 인기 몰이”
“미국은 중남미에 관세 철폐와 농산물 시장 개방을 요구하면서 국내에서는 관세 장벽과 농업보조금을 유지하려 한다. 미국의 논리에 동의할 수 없다.” 베네수엘라 좌파 정치인이자 언론인인 테오도르 펫코크(74)는 2일 미국과 중남미의 자유무역협정은 또다른 불평등을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중남미에 요구하는 만큼 스스로를 다그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교류재단 초청으로 지난달 25일 한국을 찾은 그는 “미국의 중남미 정책은 근시안적이어서 중남미에 실질적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그는 미국에 맞서는 중남미의 정치적 통합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다. 중남미 좌파의 색깔이 다양해 구심력이 약하기 때문이란다. 그가 보기에 베네수엘라 좌파는 극단적이어서 브라질과 칠레, 아르헨티나의 현실적인 좌파와 어울리기 힘들다. 그는 중남미의 정치적 통합은 중도좌파의 손에 달려 있다고 전망했다. 페콧크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차베스 정부는 권위주의적이고 부패했다는 것이다. 차베스 대통령의 집권 기간에 가난한 이들의 빈곤이 오히려 더욱 깊어졌다는 지적도 곁들인다. “차베스 대통령은 석유로 벌어들인 돈을 인기몰이에 집중해 환심을 샀다. 그는 독재자는 아니지만 민주주의자도 아니다. 그는 형식적인 민주주의를 존중하지 않는다.” 페콧크는 1960년대까지 열렬한 공산주의자였다. 학생운동과 무장투쟁에 참여해 독재정권과 싸웠으나, 소련식 공산주의에 환멸을 느끼고, 1971년 사회주의운동당(MAS)을 만들었다. 1998년 대선에서 이 정당이 차베스 후보를 지지하자 뛰쳐나와, 2001년 일간지 <탈쿠알>을 창간했다. 스페인어로 ‘있는 그대로’라는 뜻의 <탈쿠알>은 베네수엘라의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주겠다는 그의 신념을 담고 있다. 그는 이날 한겨레신문사를 찾아 정태기 대표이사, 김효순 편집인과 환담했다. 한국의 민주화에 기여한 한겨레신문에 경의를 표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