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 중국 기구의 미국 영공 침범 사건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 기구의 영공 침범 문제를 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미-중 갈등을 갑작스레 더 고조시킨 기구 사건이 ‘관리 국면’으로 들어가는 분위기다.
바이든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각) 오후 텔레비전 연설에서 “나는 시 주석과 대화하기를 기대하며, 이 문제의 진상을 규명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구 격추에 대해 (중국에) 사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중국 기구가 미국 본토에 진입하기 전에 떨어뜨리지 않았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지상을 벗어나 “안전하게 격추할 수 있게 되자마자” 요격했다고 해명했다. 바이든 시 주석과 구체적으로 언제, 어떤 방식으로 대화할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4일 중국 기구를 격추한 뒤 10~12일 사흘 연속으로 발견해 미국과 캐나다 상공에서 제거한 세개 비행체에 대해서는 “지금으로선 중국의 정찰 기구 프로그램과 연결됐음을 시사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보 당국의 현재 평가는 세 비행체는 민간 업체들이나 레크리에이션 또는 날씨나 다른 과학적 연구를 하는 연구 기관과 관련돼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 상공의 무인 비행체를 전반적으로 파악하고, 탐지 능력을 개선하고, 비행체 운용 규정을 정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번 연설은 의회 쪽에서 중국 기구 사건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설명해야 한다는 압박이 가해지는 가운데 이뤄졌다.
중국이 애초 우려와 달리 네개의 비행체 가운데 한개에만 관여된 것이란 정보 평가가 나오자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태도를 크게 누그러뜨리는 모습이었다. 그는 “우리는 중국과 갈등이 아니라 경쟁을 추구한다. 우리는 냉전을 원하지 않는다”며 관계 관리를 원한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되풀이 했다. 연설 직후 이뤄진 <엔비시>(NBC) 방송과 전화 인터뷰에서도 “시 주석은 미국이나 나와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파열시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중국의 책임을 다시 강조하면서도, 이를 이유로 관계를 더 악화시키고 싶지는 않다는 뜻을 표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지난달 28일 알류샨열도 상공을 통해 미국 영공에 진입한 중국 기구가 미 대륙을 동서로 훑고 지나간 뒤 미국의 여론은 들끓기 시작했다. 정부의 ‘늑장 대처’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체불명의 비행체들이 미국과 캐나다 상공에서 잇따라 격추되면서 미-중 긴장은 더욱 높아졌다. 이에 앞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5~6일 예정됐던 베이징 방문 일정을 취소했고, 중국은 미국의 자제를 요청하면서도 크게 반발했다. 미국은 4일 격추된 중국발 기구가 통신 감청 등 정찰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중국은 기상 관측용이라고 주장을 꺾지 않고 있다. 중국은 미국 기구도 자국 영공을 침범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보 평가가 진전되면서 미국이 다소 과잉 대응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정보 당국이 중국 기구가 의도적으로 자국 영공에 들어온 게 아니라 방향을 잃고 표류했을 가능성도 따져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과 직접 ‘대화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17~19일 독일에서 열리는 뮌헨안보회의를 계기로 블링컨 장관과 중국의 ‘외교 사령탑’인 왕이 중국공산당 외사판공실 주임이 만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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