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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정찰 풍선’ 의혹 키우는 미국, 내친김에 ‘반중 동맹’ 강화 띄워

등록 2023-02-09 13:37수정 2023-02-10 02:32

7일 밤 중국 기구 잔해가 추락한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앞바다에서 수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EPA 연합뉴스
7일 밤 중국 기구 잔해가 추락한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앞바다에서 수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미국이 공개한 중국의 기구를 이용한 정찰 활동의 규모가 갈수록 불어나면서 ‘세계적인 불법 정찰’ 사건으로 비화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기구의 영공 침투 직후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며 수세에 몰렸던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 사건을 ‘반중 동맹’ 결속 강화의 계기로 삼는 모습이다.

패트릭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8일 브리핑에서 그동안 중국이 보낸 기구가 미국 내 전략적인 지점들을 정찰했다면서 “사후적으로 평가해보니 이런 기구들은 적어도 5개 대륙에서 포착됐다”고 밝혔다. 그는 중남미,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유럽, 북미 등지에서 중국 기구가 정찰 활동을 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언론들은 익명의 관리들을 인용해, 중국이 지난 몇년간 이런 정찰 활동을 세계적 차원에서 전개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시엔엔>(CNN)은 미국이 파악한 중국 기구의 활동은 지난 몇년간 세계적으로 적어도 20여건이고, 이 중 미국에 대한 것이 5~6건이라고 전했다. 이 방송은 아시아에서는 일본·인도·베트남·대만·필리핀이 감시 대상이었다고 했다. 또 이런 기구들은 일부가 중국 남부 하이난섬을 기지로 사용하고, 중국 공군이 간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이달 2일 몬태나주 상공에서 발견된 기구가 4일 격추된 직후부터 미국 국방·정보당국 설명은 중국발 ‘정찰용 기구’가 안보에 끼치는 영향의 심각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흘러왔다. 애초 “심각한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더니 이후엔 중국의 광범위한 “정찰 프로그램”이 작동했다는 발표가 나오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도 3건, 조 바이든 현 행정부 초기에도 미국에 대한 1건의 정찰 활동이 있었다고 밝혔다. 항공모함이 배치된 본토 군항 2곳과 태평양상의 주요 군사기지가 있는 하와이와 괌이 정찰 대상이었다는 보도가 뒤따랐다. 이어 여러 대륙에서 제3국들을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정찰 활동도 있었다는 설명이 쏟아지는 것이다.

기구에 대한 설명도 조금씩 달라지며 구체화하고 있다. 초기에는 중국이 저고도 정찰위성을 운용하는 점을 고려하면 기구의 효용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뉴욕 타임스>는 기구는 지면 가까이에서 바람에 따라 방향이 바뀌기에 경로 예측이 어렵고 레이더를 회피할 수 있다는 분석을 전했다. 또 기구는 정찰 목표물 상공에 오래 머물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했다.

미국은 동맹국 등에 사건 내용을 적극 알리며 중국 견제에 활용하는 모습이다. 6일에는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이 한국을 비롯해 40개국 주미대사관 인사 150명을 불러 중국의 기구 정찰 활동에 대해 브리핑했다. 베이징 주재 미국대사관도 6~7일 다른 나라 외교관들을 불러 정보를 공유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8일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과 한 공동기자회견에서 “5개 대륙에 걸친 나라들의 주권을 침해한 광범위한 프로그램의 표적은 미국만이 아니므로” 다른 나라들에도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기구 잔해에 대한 분석 결과도 동맹·파트너 국가들과 공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때만 해도 ‘미확인 항공 현상’으로 분류한 중국 기구의 움직임을 어떤 과정을 거쳐 ‘정찰 활동’이라고 판단했는지에 대한 이유는 내놓지 않고 있다.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앞서 발생한 4건을 중국의 정찰 활동으로 판명한 것은 이번 기구 사건 전이라고만 설명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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