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 폭발물처리반 소속 장병들이 2023년 2월 5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머틀비치 앞바다에서 중국 정찰풍선 잔해를 수거하는 장면으로 미 해군이 7일 처음 공개했다. AFP 연합뉴스
미국 상공을 날다가 격추된 중국 기구(풍선)에 대해, 중국은 민간용이라고 거듭 주장하고 있지만 석연치 않은 대목이 적지 않다.
중국은 해당 기구가 기상 관측 등 과학 연구 목적으로 민간 회사가 운용하던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어느 기업인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 7일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기구를 운용한) 기업을 알려달라’는 외국 기자의 질문에 “중국은 관련 상황을 여러 차례 소개했다. 현재 더는 정보가 없다”고 밝혔다. 기구의 운용 주체를 밝히면 민간용이라는 자신들의 주장이 분명하게 증명되는데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중국 언론이나 소셜 미디어 등에도 기구를 운용한 회사는 등장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미국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된 기구의 사진을 보면, 기구의 표면에 운용 주체를 알리는 표식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기구의 지름이 60m에 이르고, 버스 3대 정도의 장비를 실을 수 있을만큼 큰 크기이지만, 별다른 표식이 없는 것은 민간 회사가 운용하는 장비로 보기 힘든 대목이다.
미국에서 발견된 것과 비슷한 기구가 중남미 등 다른 지역에서 잇따라 포착되는 점도 의구심을 키운다. 최근 코스타리카와 콜롬비아 정부는 자국 상공에서 기구를 발견했다고 밝혔고, 특히 코스타리카 외교부는 지난 6일 성명을 통해 중국 정부가 중국 기구가 맞다고 인정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이에 대해 미국 상공에서 발견된 기구와 마찬가지로 ‘실수로’ 기구가 코스타리카 상공에 진입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주장하는 것처럼 우발적 사건이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기는 쉽지 않다. 미국이나 대만, 일본 등도 과거 중국 정찰 기구가 자국 상공에서 포착된 적이 있다는 발표를 내놓고 있다.
중국군이 최근 군사 목적으로 기구를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한 정황도 나오고 있다. <로이터> 보도를 보면, 인민해방군 연구소는 지난해 4월 ‘특수 항공기’를 주제로 한 논문에서 기구를 적의 방공 시스템을 시험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연구 내용 등을 담았다. 기구의 군사 목적 활용은 중국 외에도 미국과 이스라엘 등이 진작부터 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기구가 등장한 시점은 중국의 의도가 무엇인지 헷갈리게 하는 대목이다. 미국과의 화해 분위기 조성에 들어간 중국이 굳이 군사용 기구를 보내 분위기를 깰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3연임을 확정한 지 한 달 만인 지난해 1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미·중 관계 정상화를 요구했고, 그 결과로 지난 5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3년여 만에 방중을 앞두고 있었다. 중국 외교부가 블링컨 장관의 방중을 환영한다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중국 당국과 군이 ‘엇박자’를 낸 것일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지만, 당과 군이 한 몸으로 움직이는 중국 정치 체제 특성상 일어나기 힘든 일이라는 반응도 있다. 미·중 관계에서 큰 논란이 될 수 있는 행동을, 당이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군이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미·중 화해에 대한 시 주석의 마음이 바뀐 것을 이번 사건이 결과적으로 보여준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