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용 풍선에 40만달러 미사일 쏜 미국…“과잉대응 아니야”

바이든, ‘3개 풍선 중국과 상관없는 민간용’
격추된 풍선 하나는 동호단체 오락관측용

미국의 F-22 전투기가 사이드와인더 미사이을 쏘고 있다. 이 전투기와 미사일은 나중에 민간용으로 밝혀진 기구 격추에 동원됐다. 록히드마틴 제공

미국이 중국의 ‘정찰 기구’에 이어 격추한 세개 기구가 민간 소유로 밝혀지면서, 과잉 대응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한 기구는 동호인들의 취미용인 것으로 파악돼 여기에 40만달러짜리 미사일을 쏘아 떨어뜨린 게 타당했냐는 조롱도 나온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16일 백악관에서 중국발 기구 사태 관련한 기자회견에 나서 지난 10~12일 사흘 연속으로 미국·캐나다 영공에서 격추된 고공 기구 3개와 관련해 “물체가 무엇인지를 아직 정확히 모르나, 중국의 정찰 기구 프로그램과 관련돼 있거나, 다른 나라의 정찰 기구라는 것을 시사할만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정보 당국의 현재 평가는 이 세개 물체가 민간 회사, 오락 혹은 기후나 다른 과학적 조사를 하는 연구 단체와 관련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 정부 당국자도 세개 풍선은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지 않는 민간용이라고 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풍선 사태와 관련해 미군 최고 사령관으로 내린 결정에 대해 투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자 이날 회견에 임했다.

미 행정부는 미 대륙을 가로지르는 중국발 기구가 미국의 주권을 침해했다는 비판 여론이 일자 4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연안에서 F-22 전투기를 띄워 미사일을 쏘아 이를 떨어뜨렸다. 이후 알래스카, 캐나다 유콘, 미-캐나다 접경의 휴런호 상공에서도 고공 기구가 발견되자, 같은 방식으로 이를 제거했다. 중국은 첫 풍선은 자신들의 날린 과학 관측용 기구라고 인정했지만, 나머지에 대해선 아는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견 뒤 <엔비시>(NBC) 방송과 전화 회견에서는 문제의 세개 풍선을 격추하는 과정에서 “군의 권고를 받았다”며 과잉 대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정치적 압력에 직면한 상황에서 그 물체들을 격추하지 않는 것이 더 쉬웠을 것”이라고 말해, 중국의 반발이라는 정치적 고려 없이 안보 차원에서 내린 결정임을 강조했다.

이번 소동과 관련해 미국 일리노이주의 기구 동호인 단체인 ’북부 일리노이 보틀캡 기구 여단’은 자신들의 기구 하나가 지난 11일 미군이 기구를 제거한 지역과 같은 알래스카 연안의 무인도 상공에서 실종됐다고 밝혔다고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이 단체는 회원인 아이들과 부모들의 오락 관측용으로 위치 추적기가 장착한 기구를 날려왔다. 북미방공사령부의 대변인은 “연방수사국(FBI)이 이 동호인 단체와 대화를 나눴고, (백악관) 국가안전보장위원회가 이 물체의 정체에 대해 더 알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군은 민간용으로 파악된 기구를 격추하려고 F-22 전투기를 출격시켜,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인 ‘사이드 와인더’를 발사했다. 유런호 상공 격추에는 첫발이 빗나가, 두번에 걸쳐 미사일을 쐈다. 중국이 인정한 기구는 버스 세대 크기이나 나머지 세개는 소형차 한대 크기여서 외관상으로도 민간용임을 알 수 있다. 기껏 몇백달러짜리 동호인 기구에 한발에 40만달러에 달하는 비싼 미사일을 낭비한 셈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