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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이낙연 “북-미 수교 못 할 이유 없어…점진적 비핵화·관계정상화 해야”

등록 2023-02-22 11:03수정 2023-02-23 01:07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21일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 주최 강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21일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 주최 강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미국에 체류 중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미국과 북한이 수교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비핵화와 관계 정상화를 점진적, 상호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21일(현지시각)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가 개최한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현실적-실용적 접근’이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미국은 여러 기회에 북한과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지만 합의는 이행되지 못했다”며 북한의 비핵화 노력과 함께 미국의 적극적 정책을 주문했다.

이 전 총리는 30여년간 비핵화 협상이 실패한 이유에 관해 “북한의 핵개발은 복합적이고 복잡한 문제이지만 많은 분석가들은 북한 문제를 주로 윤리적 척도로 봤다”고 지적했다. 그는 권위주의 통치와 인권 침해는 비판 받아 마땅하지만 “북한의 생존 욕구를 무시”하면 협상이 성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 붕괴론’이 북-미 합의 이행을 어렵게 만들고 북한이 핵무장에 더 집착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한국과 미국에서 국내 정치 변화에 따라 정책이 자주 바뀐 점도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1994년 제네바합의를 이끌어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이를 사장시킨 것을 두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내게 1년만 시간이 더 있었다면 한반도의 운명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이 전 총리는 질의-응답 순서에서도 중국과 전략적 경쟁을 벌이는 미국이 북한과 수교한다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패전을 안겨준 베트남과도 수교한 미국이 그러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또 “한반도는 7천만명이 사는 곳”이라며 “미국이나 중국이 한반도를 경쟁의 최전선으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한국의 핵무장론에 대해서는 “위험하고 어리석은 일로, 한-미 관계를 악화시키고 동아시아의 핵무기 경쟁을 촉발할 것”이라며 “평화를 위해 가능한 유일한 선택은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접근을 통한 북한과의 외교 협상”이라고 했다. 그는 핵무장론이 커진 데는 “정권 교체의 영향도 있을 것”이라며, 정부의 강조점이 여론에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이 전 총리는 “바이든 행정부 초기에 북한 정책을 재검토한다고 했는데 지금도 재검토하고 있는지 (정책이) 잘 보이지 않는다”, “미국이 지도력을 유지하려면 동맹의 사활이 걸린 이해를 외면하면 안 된다”며 미국의 적극적 행동을 주문했다. 북한에도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려면 믿을 수 있는 비핵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해 6월부터 1년 일정으로 워싱턴에 있는 조지워싱턴대 방문학자로 머물고 있는 이 전 총리는 이번 강연을 시작으로 이달 28일 펜실베이니아대에서도 강연하고, 이후로도 뉴욕·휴스턴·로스앤젤레스·덴버에서 교민 등을 상대로 강연한다. 그는 ‘강연 활동 개시를 정치 활동 재개로 봐도 되냐’는 질문에는 “강연은 대학 쪽과 방문학자 등록 조건으로 약속한 것”이라고 답했다. 6월에는 독일 튀빙겐대와 베를린대에서 강연하고 귀국할 계획이라고 했다.

워싱턴/ 글·사진 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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