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미국 하원의 ‘미국과 중국공산당의 전략적 경쟁에 관한 특별위원회’가 개최한 청문회에서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앞줄 왼쪽)이 발언하는 가운데 방청객이 ‘중국은 우리 적이 아니다’라고 쓴 종이를 들고 항의하다가 제지당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면서 신설한 ‘미국과 중국공산당의 전략적 경쟁에 관한 특별위원회’(중국특위)가 28일 첫 청문회를 열고 중국에 대한 강경 대응을 강조했다. 이날 하원 외교위원회도 중국을 겨냥한 청문회를 여는 등, 미국 의회가 중국에 대한 파상 공세를 벌였다.
마이크 갤러거 중국특위 위원장은 ‘중국공산당의 미국에 대한 위협’이라고 이름 붙인 청문회를 시작하면서 “이것(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은 21세기의 삶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실존적 투쟁”이라며 “기본적 자유가 위협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한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증인석에서 “중국공산당의 공격에 맞서고 미국과 자유 세계의 경쟁력 우위”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 미국과 대만이 대선을 치르는데 “시진핑이 약점을 파악할 수도 있다”며, 정치적 혼란을 틈타 중국이 행동에 나서는 “위험한 시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표적 반중파로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지낸 매슈 포틴저는 미국 정부는 중국 정부가 차단한 미국 기술 기업들과 연계해 ‘만리장성’으로 불리는 중국의 인터넷 통제 시스템에 구멍을 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미국에서 퇴출 논란이 제기된 중국 업체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은 “수천만 미국인이 보고, 읽고, 듣는 것”을 조작할 수 있는 중국공산당의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정치범 출신 인권운동가 통이는 “미국은 중국공산당이라는 새끼 용이 지금처럼 자라는 것을 도왔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990년대 이후 미국 기업들은 중국에서 저임 노동을 착취해 스스로 부유해지면서 중국공산당도 부유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청문회는 시작 때부터 시진핑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가 공산주의에 대한 헌신을 맹세하는 행사 장면을 대형 화면 동영상으로 보여주는 등 ‘반공 분위기’가 지배했다. 청문회 모두엔 증인석 뒤에 앉은 방청객 2명이 잇따라 “중국은 우리의 적이 아니다”, “아시아인 혐오를 멈춰라”라고 쓴 종이를 들고 구호를 외치다 끌려나갔다.
이날 오전에는 하원 외교위원회도 중국에 의한 안보 위협을 주제로 청문회를 열어 대중 수출 통제 문제 등을 따졌다. 마이클 매콜 외교위원장은 지난해 1분기에 상무부가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기업들에 대한 상품과 기술 수출을 허가한 규모가 230억달러(30조4750억원)에 이른다며 “미국의 핵심 기술이 적성국들에게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8일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중앙아시아 5개국의 중국 및 러시아에 대한 접근을 견제하는 외교 활동을 벌였다. 블링컨 장관은 옛 소련 공화국들이었던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 대표들과의 ‘5+1’ 회담을 마친 뒤 이 지역에 대한 2천만달러 규모의 지원책을 발표했다. 우즈베키스탄도 방문하는 블링컨 장관의 이번 일정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중립을 유지하는 이 국가들이 러시아 쪽으로 경도되는 것을 막고, 역시 인접한 중국의 영향력 강화에도 대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회담 후, 중국이 러시아에 살상 무기를 제공한다면 관련자들을 제재하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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