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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기밀 유출한 미군, 채팅방에 “문서 350건” 6개월간 뿌렸다

등록 2023-04-14 14:37수정 2023-04-14 21:58

유출 동기는 ‘자기 과시’ 추정
기밀 유출 혐의로 13일 체포된 미국 매사추세츠 주방위군 공군 일병 잭 테세이라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자신의 사진.
기밀 유출 혐의로 13일 체포된 미국 매사추세츠 주방위군 공군 일병 잭 테세이라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자신의 사진.

한국 국가안보실 내부 논의를 도청한 내용 등 민감 정보가 담긴 미국 국방부 기밀 문서들을 유출한 혐의로 미국 주방위군 일병이 체포됐다.

메릭 갈런드 미국 법무장관은 13일(현지시각) 기밀 문서를 대량 유출한 혐의로 매사추세츠주 주방위군 공군 소속의 잭 테세이라(21) 일병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갈런드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연방수사국 요원들이 이른 오후에 테세이라를 충돌 없이 체포했다”며 “국가 안보에 관한 기밀 정보를 허가 없이 반출·소지·유포한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고 말했다.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은 이날 매사추세츠주 노스다이튼에 있는 테세이라의 집에서 그를 체포해 기밀 문서 반출 및 유포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테세이라가 게이머들의 채팅 앱인 디스코드에 ‘서그 셰이커 센트럴’이라는 이름으로 만든 채팅방에서 기밀 문건을 최초로 유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테세이라는 총기에 관심이 많은 20~30명이 가입한 채팅방의 ‘방장’으로 활동하며 몇달 전부터 수백쪽에 이르는 기밀을 이 방에 올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상당 부분의 자료가 채팅방 밖으로 빠져나가 텔레그램과 트위터 등을 통해 퍼졌다.

13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노스다이튼의 국방부 기밀 문서 유출 혐의자 체포 현장 근처에서 경찰이 경계를 서고 있다. 노스다이튼/AP 연합뉴스
13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노스다이튼의 국방부 기밀 문서 유출 혐의자 체포 현장 근처에서 경찰이 경계를 서고 있다. 노스다이튼/AP 연합뉴스

기밀 유출 동기는 내부 고발이나 불만 표출보다는 자기 과시로 추정된다. <워싱턴 포스트>는 앞서 기밀 유출자는 오지(O.G.)라는 닉네임으로 디스코드에서 채팅방을 이끄는 군인이라고 지목하며 그가 10대 청소년들을 비롯한 참가자들에게 “기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보안 시설에서 일한다”며 자신이 가진 정보를 자랑했다고 보도했다. 세상이 돌아가는 실제 배경은 대중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청소년들에게 기밀 내용을 과시했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그가 처음에는 기밀 내용을 타자로 쳐서 알려주다가 나중에는 문서 사진을 찍어 올렸다고 전했다.

수사 당국은 그가 기밀을 채팅방에서 공유하기 시작한 것은 짧게 잡아 지난해 10월 이후로 보이며, 유출 문서는 수백쪽에 달한다고 밝혔다. 한 채팅방 참가자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테세이라가 올린 문서가 350건이라고 말했다. 상당수 일급기밀 문서를 비롯한 문서들은 지도와 사진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것이 많았다. 이 가운데 우크라이나에 대한 포탄 지원에 대한 한국 국가안보실의 논의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채팅방 참가자들은 테세이라가 올린 기밀 내용과 관련된 일이 실제 발생하는 것을 보고 그를 추앙했다고 했다. 또 총을 쏘는 동영상을 보여주자 채팅방에 모인 청소년들이 그를 일종의 우상처럼 여긴 것으로 전해진다. 한 참가자는 “그는 남자였고 신화였다. 또 전설이었다. 모두가 그를 존경했다”고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 하지만 테세이라가 2013년 국가안보국(NSA)의 광범위한 도청 사실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 같은 자신의 신념을 추구하는 ‘내부 고발자’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미국 언론들은 2020년 여름 고등학교를 졸업한 테세이라는 훈련을 마치고 2021년 10월에 매사추세츠주 케이프코드 합동기지에 있는 정보부대에 배속됐다고 전했다. 사이버 분야가 특기인 그는 지난해 7월에 이병에서 일병으로 진급했다.

테세이라가 폐쇄적인 채팅방에서만 공유해온 기밀 문서들은 캘리포니아주에 사는 17살 참가자가 지난달 2일 공개적인 채팅방에 이를 올리면서 대형 보안 사고로 이어졌다. 이후 한 달 동안 기밀 문서들은 여러 채팅방으로 유포됐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이들이 모인 텔레그램 앱 채널로도 흘러갔다.

테세이라는 7일 기밀 유출에 대한 보도가 시작되자 채팅방 참가자들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신께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지금부터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신만이 알 것”이라며 “나와 관련된 정보를 지우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또 “이것은 종신형에 처해질 일”이라며 크게 당황하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는 계정을 폐쇄했지만 수사 당국의 추적을 피하지는 못했다.

<뉴욕 타임스>는 어떻게 일병 계급의 병사가 유출되면 큰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정보를 그렇게 많이 다룰 수 있었는지, 적절한 보안 절차는 없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앞으로 미국 정부의 수사를 통해 규명되어야 할 부분이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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