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 기밀 문서 유출 혐의로 체포된 잭 테세이라 일병이 14일 법원에서 진행된 기소인부절차에 참석한 모습을 표현한 삽화.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국방부 기밀 문서 유출 사건을 놓고 하원 정보위원회 청문회가 추진되고 있다. 또 전직 미군 부사관이 관리하는 소셜미디어 계정이 기밀 유포에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나 새로운 논란이 되고 있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터너 하원 정보위원장은 16일 <시비에스>(CBS) 인터뷰에서 사건 경위와 대책을 논의할 청문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터너 위원장은 기밀 유출 혐의로 체포된 매사추세츠 주방위군 일병 잭 테세이라에 대해 “그가 접근할 수 있는 정보는 그가 알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며 “청문회에서는 이런 질문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터너 위원장은 정보기관들 간 소통 부족이 문제로 지목된 2001년 9·11테러 이후 기관들 사이의 장벽을 허문다며 많은 정보를 집적하고 많은 인원에게 열람 권한을 준 게 사고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분명히 너무 나갔다”며 정보 보안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군 일병이 일으킨 대형 유출 사고에서 전직 미군 부사관의 텔레그램 계정이 기밀이 빠르게 유포되는 데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 러시아를 편들면서 6만5천명의 팔로어가 있는 ‘돈바스의 아가씨’라는 텔레그램 계정에 이달 5일 “매우 흥미로운 정보”라는 설명과 함께 기밀 문서 4건이 게재됐다고 했다. 이는 곧 다른 친러시아 계정들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그런데 러시아인이 운영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계정 관리자는 미국 해군 부사관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11월 제대한 세라 빌즈인 것으로 파악됐다.
빌즈는 이에 대한 해명 요구에 ‘돈바스의 소녀’는 15명이 관리하는 계정으로, 다른 관리자가 기밀 문서를 올렸다며 “난 일급 기밀의 중대성을 분명히 안다. 우리는 그것을 유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빌즈는 텔레그램 계정과 같은 이름으로 팟캐스트를 운영하고 기부금도 모아왔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빌즈는 강등당한 뒤 전역했지만 그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은 공화당 안에서도 공방 소재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이 테세이라 일병을 비호한 것에 대해 이날 <시비에스>(CBS) 인터뷰에서 “가장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극우 성향이면서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인 그린 의원은 테세이라가 체포된 지난 13일 트위터에 “테세이라는 백인, 남성, 기독교인,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이라 탄압 받는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에 반대하는 그는 테세이라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적이 돼 진실을 말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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