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맨친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이 1일 상원 본회의에서 부채 한도 적용 유예 법안이 통과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여당인 민주당 소속이면서도 당론을 거스르거나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며 잇속을 챙겨온 조 맨친 상원의원의 대선 출마설이 나오고 있다. 당선 가능성은 없지만 민주당 표를 분산시킬 가능성 때문에 미국 정가의 관심을 끌고 있다.
맨친 의원은 4일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제3당 후보로 내년 대선에 나설 의향이 있는지에 관한 질문에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플랜 비(B)를 마련하는 게 좋다. 만약 사람들이 플랜 에이(A)가 극좌와 극우로 가는 것이라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중도가 통치하는 것을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맨친 의원의 발언은 상황에 따라 자신이 중도를 표방하는 후보로 대선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맨친 의원의 출마설은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흘러나오고 있다. 기성 정치권이 극단적 입장을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만든 정치 단체 ‘노 레이블스’는 자금을 모으고 조직을 확장하면서 중도 단일 후보를 물색하고 있다. 이 세력의 후보로 공화당 소속인 래리 호건 전 메릴랜드 주지사와 함께 맨친 의원이 거론된다.
석탄 중개 업체 창업자인 맨친 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의 기후변화 관련 법안 등 주요 정책에 번번이 딴지를 걸며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민주당이 상원에서 가까스로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한 표가 결정적일 수 있기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도 그한테는 쩔쩔맨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회기 때 “민주당 상원의원 하나하나가 대통령이다”라고 말한 것은 그를 지칭한 것이었다. 상·하원을 통과해 3일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부채 한도 적용 유예 법안에는 맨친 의원 지역구인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버지니아주까지 운송하는 파이프라인 완공을 위한 예산이 포함됐다. 환경 파괴 논란으로 중단된 사업이 부활한 것에도 맨친 의원의 배짱이 역할을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맨친 의원의 지역구 지지율이 내려간 가운데 공화당 소속인 짐 저스티스 주지사가 내년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원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이것도 맨친 의원이 상원의원 4선 도전을 포기하고 대선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뉴욕 타임스>는 민주당 쪽은 제3당 후보가 2000년과 2016년 대선 패배 원인이라고 보기 때문에 맨친 의원의 동향에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딘 필립스 민주당 하원의원은 “‘노 레이블스’가 맨친을 후보로 내세운다면 역사적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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