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안보전략 핵심기조 재확인에
보수적 학자들조차 “효용성 의문”
보수적 학자들조차 “효용성 의문”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부시 대통령의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는 게 이번 보고서에서 확인됐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각) 발표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를 두고 <에이피(AP)통신>은 이렇게 평했다. 2002년의 첫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이번 보고서에서도 ‘선제공격론’이 핵심 기조로 자리잡고 있는 걸 두고 한 얘기다.
미국 외교안보정책의 기조는 2001년 9·11 테러를 계기로 크게 변했다. 과거 냉전 시절엔 ‘견제와 봉쇄’ 전략이었다면, 9·11 이후엔 “위험스런 적은 먼저 친다”는 선제공격론이 새롭게 떠올랐다. 2003년 3월의 이라크 침공은 첫번째 적용사례였다. 3년이 지난 지금, 이라크 선제공격은 실패라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부시의 선제공격론 재확인은 거센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부에선 부시 정권의 새 보고서가 이란 선제공격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브루킹스연구소의 수전 라이스 선임연구원은 “목표를 이라크에서 이란으로 바꾸긴 했지만, 선제공격 개념은 이미 신뢰를 상실했다”고 말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할런 울먼 선임연구원은 “선제공격은 잠재적으로 유용한 수단이지만 자랑삼아 내보일 만한 건 아니다. 이걸 핵심 전략으로 삼는 것은 엄청난 실수”라고 말했다.
보수적 학자들조차 선제공격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토마스 도넬리 연구원은 “(선제) 군사공격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국가건설이 진정한 과제임을 (이라크 상황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이 여전히 선제공격론을 강조하긴 했지만, 수사에 불과할 뿐 추진력은 2002년에 비해 현저히 약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선제공격 개념이 덜 중요해졌지만 그걸 포기한 건 아니다”는 미 행정부 고위관리의 말을 전했다.
지난해 2기 취임사에 이어 또다시 강조된 ‘전세계 민주주의 확산’이란 기조에 대해서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많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보고서에서 북한과 이란, 시리아, 쿠바, 벨로루시, 미얀마, 짐바브웨 등 7개국을 ‘전제 체제’라고 규정하며 “폭정을 용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러시아와 중국의 제도·행태를 조목조목 비민주적이라고 지적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전제 체제’를 바꾸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취할지는 보고서에서 언급하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이번 보고서는 전세계 인권 증진과 자유·민주주의 확산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것은 (새로운 게 아니라) 수십년간 미국 외교정책의 중심 기조였던 개념으로 되돌아온 것”이라고 브루킹스연구소 이보 달더 선임연구원은 주장했다.
새 보고서는 또 북한을 이란과 함께 대표적인 핵확산 도전국가로 언급했다. 북한의 달러위폐 제조와 마약 밀매 등 ‘나쁜 행동’도 강하게 비난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미국 외교정책 기조를 다뤘을 뿐 북한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어서, 6자회담 등에 큰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좀 더 많다.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에 대해선 이란처럼 ‘대결’이란 표현을 쓰지 않았다”고 평가했지만, 북한의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새 보고서는 또 북한을 이란과 함께 대표적인 핵확산 도전국가로 언급했다. 북한의 달러위폐 제조와 마약 밀매 등 ‘나쁜 행동’도 강하게 비난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미국 외교정책 기조를 다뤘을 뿐 북한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어서, 6자회담 등에 큰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좀 더 많다.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에 대해선 이란처럼 ‘대결’이란 표현을 쓰지 않았다”고 평가했지만, 북한의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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