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대법원이 29일(현지시각) 1960년대 후반 미국 대학들이 도입한 적극적 차별시정조처(어퍼머티브 액션)에 위헌 판결을 내리자 이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모두를 위한 평등한 교육”이라는 글귀가 써진 현수막을 내걸고 시위를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보수화된 미국 연방대법원이 대학들이 교육의 ‘다양성’을 위해 흑인 등 소수 인종을 우대하는 이른바 ‘적극적 차별시정조처’(어퍼머티브 액션)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 기준은 현재 정부와 기업의 채용 때도 적용되고 있어 이번 결정은 미국 사회 전반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9일(현지시각) 학생단체인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FFA)이 소수 인종 우대 입학 제도로 아시아계 지원자들이 차별을 받았다며 공립 노스캐롤라이나대와 사립 하버드대를 상대로 제기한 헌법소원을 각각 6대 3 및 6 대 2로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하버드대 판결에서는 9명의 대법관 가운데 진보 성향인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이 해당 대학과 관련성을 이유로 결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미국 대학들은 신입생을 선발할 때 대학입학 자격시험(SAT) 점수뿐 아니라 과외활동 경험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종합평가를 내린다. 대학들은 이 과정에서 다양성을 위해 ‘인종’을 고려해 왔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다수 의견에서 “대학들은 오랫동안 개인의 정체성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기술이나 학습 등이 아니라 피부색이라는 잘못된 결론을 내려왔다”면서 “우리 헌정사는 그런 선택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진보 성향의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소수 의견에서 “수십 년 선례와 중대한 진전에 대한 후퇴”라고 비판했다.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은 앞선 2014년 대학 신입생을 선발할 때 소수 인종을 우대하는 정책을 적용해 아시아계 지원자를 차별했다면서 두 대학에 각각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인종만을 근거로 정원의 틀을 정하는 것은 위헌이지만, 이를 고려하는 적극적 차별시정조처는 합헌”이라는 1978년 연방대법원 판례에 따라 두 대학의 손을 들어줬다.
대입에서 소수 인종을 우대하는 적극적 차별시정조처는 ‘정부 기관들은 지원자의 인종·신념·피부색·출신국과 무관하게 고용되도록 적극적 조처를 취해야 한다'는 존 F 케네디 행정부의 1961년 행정명령이 계기가 돼 생겨났다. 린든 존슨 행정부는 1965년 흑인 등의 고용 촉진을 위해 적극적 차별시정조처를 요구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이후 미국 대학들은 1960년대 후반부터 하나둘씩 이 제도를 도입해 왔다. 그 결과 18~24살 사이 대학생 중 흑인의 비율은 1955년 4.9%에 불과했지만 1990년에는 11.3%로 올랐다. 하지만, 백인과 아시아계가 ‘역차별’당한다는 주장도 끊이지 않아왔다.
오랫동인 보수·진보의 균형을 팽팽하게 맞춰온 미 연방대법원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거치며 6대 3으로 보수 우위가 굳어진 상태다. 이들은 지난해 6월엔 임신중지권을 임신 6개월(약 22~24주)까지 인정해온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반세기 만에 폐기해 큰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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