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18일 월북한 주한미군 병사의 송환을 위해 접촉을 시도했으나 북한으로부터 응답이 없으며 그의 소재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관계가 악화된 북한과의 대화의 문이 열리지 않는 가운데 발생한 월북 사건을 놓고 미국 정부의 고심이 이어지고 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19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판문점 견학 중 월북한 미국 육군 트래비스 킹(23) 이등병에 대해 “어제 국방부가 조선인민군 쪽 상대방에 연락을 시도했다”며 “응답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미국은 유엔군사령부를 통해 북한과의 접촉을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국 정부에도 협조를 요청했다. 평양에 미국의 이익대표부 역할을 겸하는 대사관을 두고 있는 스웨덴을 통한 대북 접촉도 시도하고 있다. 밀러 대변인은 “우리는 킹의 행방에 대한 정보를 모으려 하고 있다”며 “행정부는 그의 안전과 귀환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우리는 모든 사실을 수집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며 “모든 사실을 확인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방부가 북한의 상대방인 조선인민군과 연락하고 있다”는 전날 설명을 되풀이했다.
국무부와 백악관의 설명을 종합하면, 미국은 킹의 소재를 파악하고 송환 가능성을 타진하려고 다각도로 접촉을 시도하지만 북한은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적성국에 억류된 자국 시민 송환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미국 정부로서는 대북 관계가 크게 악화한 가운데 킹의 소재와 신병 문제에 대해 북한의 반응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미국 언론은 1982년 이래 처음 발생한 주한미군 병사의 월북 사건을 주요하게 다루고 있다. 이런 곤혹스러움 때문인지,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한 행사 연설을 앞두고 기자들이 월북 사건에 대해 물어봤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앞서 트래비스는 한국에서 클럽 종업원을 폭행하고 경찰차를 파손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고, 47일간 구금됐다가 이달 10일 석방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본국 송환과 추가 징계를 위해 월북 당일 인천공항으로 호송됐으나 비행기를 타지 않고 판문점 견학단에 끼었다가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그가 어떤 과정을 거쳐 판문점 견학단에 끼었는지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위스콘신주에 사는 트래비스의 어머니는 <에이비시>(ABC) 방송 인터뷰에서 아들이 월북 며칠 전 통화 때 텍사스주 기지로 복귀한다고 말했다면서 “트래비스가 이런 일을 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아들이 집에 오기만을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월북한 미군 병사 6명 중 북한을 벗어난 사례는 월북한 지 39년 만인 2004년에 일본인 아내 곁으로 돌아온 찰스 젠킨스가 유일하다. 젠킨스는 북-일 교섭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피랍자였던 아내가 먼저 일본으로 귀환하자 가족 상봉 명목으로 북한을 떠났다. 미국이 자진 월북한 킹을 돌려받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낳는 대목이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