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지난달 28일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열린 공화당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디모인/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대체할 수 있는 강력한 공화당 대선 후보로 꼽혀왔으나 지지율이 답보 상태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선거대책본부장까지 교체하며 추격의 전기를 마련하려고 애쓰고 있다. 한 달여 만에 세 번째로 선거대책본부를 흔든 것이다.
폴리티코는 제네라 펙이 맡아온 디샌티스 주지사 선대본부장이 그의 비서실장을 지낸 제임스 어스미어로 교체된다고 8일 보도했다. 디샌티스 주지사가 지지율 부진 책임을 떠넘기는 것으로 알려진 펙은 선대본의 수석전략가 역할을 맡는다. 앤드루 로메오 선대본 대변인은 “어스미어는 수년간 디샌티스 주지사의 최고위 보좌관들 중 하나였고, 가장 중요한 곳에 필요한 인물”이라며 “그는 공화당 경선에서 이기고 조 바이든을 꺾기 위해 주지사를 최상의 위치에 놓도록 팀과 함께 일할 것”이라고 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지난달 13일 선거운동 비용 부족을 이유로 선대본 직원 10명을 해고했다. 이어 지난달 말에는 선대본 직원의 3분의 1가량인 38명을 추가 감축하기로 했다. 본부장 교체를 포함하면 한 달도 안 돼 선대본을 세 번이나 흔드는 것이다.
잇따른 선대본 흔들기에는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지지도 1위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격차가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초조감이 배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직후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쏟아진 공화당 졸전 책임론에 힘입어 지지율 1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역전을 허용하더니 격차가 점점 벌어지면서 위기감이 커졌다. 5월에는 테슬라 창업자이자 엑스(트위터)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와 함께 엑스 음성 채팅 서비스 대담 형식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했으나 접속 장애로 흥행에 실패하는 불운까지 겪었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뉴욕 타임스-시에나대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층의 디샌티스 주지사 지지율은 17%로 트럼프 전 대통령(54%)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계속 2위를 달리고는 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격차가 워낙 커 역전 전망이 불투명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커진 위기감을 반영하듯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전보다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6일 엔비시(NBC)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결과 불복에 대한 질문에 “물론 그가 졌다”며 “조 바이든이 대통령이다”라고 말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전에는 이처럼 직접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패자라고 부르지 않았다. 이는 자신의 지지층과 쉽게 겹칠 수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층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이해돼왔다. 이번 발언은 2020년 대선 결과를 조작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3일 법원에 나와 혐의를 전면 부인한 직후 나왔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