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가 캠프데이비드 별장에서 주말을 보내고 16일 워싱턴으로 돌아오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양당 후보가 각각 조 단위의 선거자금을 쏟아부을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초기 모금 성적표가 나왔다. 3강의 성적을 총평하자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선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전’,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위기’다.
바이든 대통령 선거캠프는 15일 연방선거관리위원회의 1분기(4~6월) 선거자금 모금 신고 마감을 맞아 7200만달러(약 917억원)를 모았다고 발표했다. 공화당의 트럼프 전 대통령(3500만달러)과 디샌티스 주지사(2천만달러)를 크게 앞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있으면서 대선 전해 2분기 때 모은 것보다 많은 돈을 기부받지는 못했다. 이 시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1억500만달러, 오바마 전 대통령은 8600만달러를 모았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 선거캠프는 재선 도전 선언을 오바마 전 대통령은 4월 초, 바이든 대통령은 4월 말에 했다는 점을 들어 실질적으로 더 좋은 성적이라고 주장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보다 3주 늦게 재선 행보를 본격화한 점을 감안하면 일평균 모금액은 더 많다는 얘기다. 바이든 대통령 쪽은 기부자들 중 지난 대선 때는 기부하지 않은 이들 비중이 30%라는 점도 고무적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부자들이 쉽게 좌우할 수 있는 총액뿐 아니라 얼마나 많은 소액 기부자들이 참여하는지도 중요하다. 이게 민심의 바로미터이고, 선거운동 흥행 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는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 시기 모금액 중 200달러 이하 소액 기부 총액이 2100만달러였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1020만달러에 그친 것으로 분석됐다고 전했다. 민주당 성향 부유층뿐 아니라 중산층 이하 대중의 지지를 끌어모아야 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약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모금액은 바이든 대통령의 반에 불과하지만 공화당 유력 주자로서의 입지를 재확인시켜준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게 거의 확실한 바이든 대통령 쪽은 민주당 전국위원회를 통한 모금도 선거자금으로 집계한다. 반면 치열한 경선을 치러야 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직은 공화당 전국위원회를 통해 모금할 수 없어 모금 총액 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11월 일찌감치 대선 출마를 선언한 트럼프 전 대통령 쪽은 2분기 모금액이 1분기의 두 배로 불어난 데는 기소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성관계 입막음용 돈 지급과 관련된 회계 부정, 기밀 무단 반출 혐의로 잇따라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치 탄압’ 프레임을 모금에 적극 활용한다. 1인당 평균 기부액이 34달러에 불과한 점은 기층 민중의 지지를 폭넓은 지지를 받는 ‘트럼프 현상’이 지속됨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공화당 주자들 중 지지율 2위를 달리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많게는 3배까지 차이 나는 디샌티스 주지사의 모금 총액은 괜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2분기 중반쯤인 5월24일에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문제는 추세와 ‘성분’이다. <시엔엔>(CNN)은 디샌티스 주지사를 위한 선거자금 기부는 출마 선언 직후 200달러를 웃도는 고액 후원자들이 몰리면서 급증했다가 며칠 만에 급감했다고 전했다. 디샌티스 주지사에게는 월스트리트의 금융가 수십 명이 1인당 기부 한도인 경선용 자금 3300달러, 또는 대선 본선까지 포함하는 6600달러를 채워 기부했다. 이 중 본선용으로 기부된 3300달러는 경선에는 쓰지 못한다. 디샌티스 주지사 선거캠프는 최근 자금 부족을 우려해 직원 90명 중 10명가량을 내보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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