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한 사람이 지난 11일(현지시각) 프랑스 동브고원에서 가뭄으로 말라버린 연못 바닥을 살펴보고 있다. AFP 연합뉴스
세계 인구 4분의 1이 사실상 물 위기를 겪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세계자원연구소(WRI)는 16일(현지시각) ‘수도관 물위기 지도책’을 내어 세계인구 4분의 1이 사는 25개 나라가 해마다 “극단적으로 높은 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극단적으로 높은 물 스트레스란 어떤 나라가 그 나라에 있는 물을 거의 다 써야 해 여유분이 없는 상황을 말한다.
이들 나라 중 특히 바레인·키프로스·쿠웨이트·레바논·오만 등 다섯 나라는 단기간의 가뭄에도 ‘물 부족’에 빠질 수 있을 정도로 물 스트레스가 심각하다. 또 앞으로 물 수요 증가와 기후 변화 때문에 2050년까지 10억명이 물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세계자원연구소의 서맨사 쿠즈마는 시엔엔(CNN)에 “물은 지구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임에 틀림없지만 아직도 우리는 물 관리에 서툴다”며 “이런 얘기는 지난 10년 동안 거의 변함이 없이 똑같다”고 말했다.
물 수요는 1960년 이래 거의 두 배로 늘어났고 2050년까지 10~25%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세계에서 가장 물 스트레스가 큰 지역인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는 2050년이 되면 전체 인구가 모두 극단적으로 높은 물 스트레스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은 마실 물 공급에도 문제가 생겨 정치적 갈등을 부채질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도 눈여겨볼 지역이다. 이 지역은 2050년까지 물 수요가 주로 생활용수 증가와 관개농업 확대에 따라 163%까지 늘어나, 체계적인 물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는 물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변화는 갈수록 심각하고 긴 가뭄과 폭염을 낳고 있으며, 이는 원활한 물 공급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보고서는 물 스트레스가 심각한 물 부족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사전에 대비할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그중에는 습지와 숲 보전 등 자연의 유연성에 의존하는 방법과 물을 식물 뿌리에만 방울져 떨어지게 해 물 낭비를 없애는 물방울 관개 같은 효율적 관개농법의 확대, 수력발전 의존 줄이기 등이 포함되어 있다. 보고서는 미국의 라스베이거스와 싱가포르가 한번 쓴 물을 재 처리한 뒤 재활용하는 방법 등으로 물 사용의 효율을 높이는 모범적 사례가 되고 있다고 적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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