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가자시티 남부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폭발 연기와 파편이 솟구치고 있다. 가자시티/EPA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정면 충돌하고 있는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 지원 의지를 밝힌 미국이 항공모함 전단을 출동시키고 무기 지원에 나섰다. 충돌 이틀째인 8일 밤(현지시각)까지 양쪽 사망자는 1100명을 넘어섰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핵추진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호 전단이 이스라엘 근해인 동지중해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엔엔(CNN)은 항공모함 파견은 하마스에 대한 공격 등 이스라엘에 대한 직접적 군사 지원이 아니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등 중동 지역 다른 군사 세력의 행동을 차단하려는 것이라고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항모전단 파견은 그동안 소규모 이-팔 분쟁에는 대체로 개입하지 않은 미국이 전면적 충돌이 벌어지자 이스라엘을 확실히 편드는 모습을 보이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앞서 하마스는 공격을 개시하면서 다른 아랍 세력의 동참을 촉구했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어떤 세력도 이익을 얻기 위해 이번 공격을 이용할 때는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에 이어 이날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해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면서 “어떤 이스라엘의 적이라도 이번 상황을 이익을 얻는 데 이용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노력”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헤즈볼라와 이란을 주로 염두에 둔 메시지로 읽힌다.
이란은 하마스에 대한 분명한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란 관영 아이아르엔에이(IRNA) 통신은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하마스 및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 지도자들와 통화해 팔레스타인의 자위권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이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해 탄약과 장비 등 무기 지원에도 나섰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스라엘군에 대한 추가 원조가 전달되는 도중에 있으며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밝혔다고 했다. 앞서 미국은 이란의 위협 증대를 이유로 중동 지역 미군기지들에 전투기 배치를 늘려왔다.
이런 가운데 충돌 이틀 만에 양쪽 사망자는 1100명 이상으로 불어났다. 이스라엘 언론들은 자국 사망자가 700명까지 늘고 부상자는 2240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당국은 가자지구에서 적어도 413명이 숨지고 2300여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한 이스라엘 민간 구호 단체는 가자지구와의 경계에 있는 사막 지역에서 유대교 축일을 맞아 음악 축제에 참가했던 이들 중 260명이 하마스의 공격으로 학살당했다고 밝혔다. 전날 아침 이곳에서는 무장 괴한들이 총격을 가하고 참가자들 일부를 납치했다. 단일 장소에서 벌어진 이런 학살 규모가 사실일 경우 수십년간 이어진 이-팔 분쟁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집단 학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