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모함 드와이트 아이젠하워호. AFP 연합뉴스
미국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대한 대대적 반격에 나선 이스라엘을 지원하려고 항공모함 전단을 추가 투입했다.
이스라엘을 방문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15일 항공모함 드와이트 아이젠하워호 전단을 이스라엘 근해로 전개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성명에서 이는 미국의 “이스라엘 안보에 대한 철통같은 공약”과 “전쟁을 확대시키려는 국가나 비국가 행위자를 억제하려는 결의”를 보여준다고 했다. 아이젠하워호 전단은 지난 13일 미국 동부 군항 노퍽을 출발했다. 미국은 앞서 이란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등을 억제하겠다며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호 전단을 이스라엘 근해로 전개시켰다.
오스틴 장관은 13일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하마스를 “피에 굶주리고, 광신적이고, 혐오스러운” 집단이라고 비난하면서 “지금은 중립을 말할 시간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전쟁의 진행 속도대로” 군사 원조를 제공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앞서 미국은 F-15·F-16 전투기와 A-10 공격기를 중동에 증강 배치했다.
이스라엘에 이어 주변 아랍국들을 순방하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확전 방지”를 강조하고 있다.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이 14일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연합 외교장관을 각각 만나 “분쟁의 지역적 확산을 방지하고 민간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이란에 조심하라고 분명히 해뒀다”고 말하기도 했다.
블링컨 장관은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과도 통화해 “다른 당사자들이 분쟁에 개입하지 않도록 안정을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국무부가 밝혔다. 이번 사태를 놓고 미-중 고위급 접촉 사실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란 억제를 위해 이란과 가까운 중국에 협조를 구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도 왕 부장이 1시간 동안의 통화에서 “중국은 민간인을 해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고 국제법을 위반하는 모든 방법을 규탄한다”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국가로 공존하는 ‘2국가 해법’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이스라엘의 군사적 대응에 대한 우려도 분명히 표시하는 등 ‘중립’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도 민간인 살상을 피해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블링컨 장관이 가자지구에 민간인 안전 구역을 만들어야 한다고 이스라엘 쪽에 요구했다고 시엔엔(CNN)에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4일 사태 발발 후 처음으로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통화해 “가자지구 민간인들에게 인도주의적 지원을 보장”하는 문제를 논의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그러나 미국은 당사자들에게 휴전을 제안하지 않고 이스라엘에 공개적으로 작전 규모를 줄이도록 요구하지도 않고 있다. ‘확전 방지’는 이란 등 제3국이나 헤즈볼라 등 무장 조직이 충돌에 개입할 가능성을 경계하겠다는 의미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행정부는 가자지구에 있는 미국 국적자 500여명의 안전을 우려하고 있어, 이들의 거취가 이스라엘군의 작전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미국 행정부 관계자는 애초 이집트가 미국인들을 위해 14일 가자지구로 연결되는 라파 통행로를 개방할 것이라고 했으나 그대로 되지 않았다. 이집트가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물품 공급을 조건으로 내걸기 때문이라는 보도도 나왔으나, 이집트 외교부는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도로 이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이날 이스라엘 소재 공관의 비필수 직원들과 직원 가족들에게 소개령을 내렸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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