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집회는 ‘평화를 위한 유대인 목소리’와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가 함께 주최했다. Getty Images AF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맞서기 위해 어느 때보다 활발한 온라인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자신들의 대의와 이스라엘 군사작전의 야만성을 알려 지지자들의 적극적 결의를 얻어내고 국제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하마스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엑스·유튜브·틱톡 등 대부분의 소셜미디어의 사용이 금지돼 있다. 이 때문에 비교적 정보 유통이 자유로운 ‘텔레그램’을 통해 전황과 메시지 등을 전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8일 보도했다. 텔레그램 메신저는 한때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두고 운영되었으나, 지금은 본부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와 연계된 텔레그램 채널 ‘가자 나우’(Gaza Now)는 구독자가 1400만명에 이른다. 이곳엔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어린이가 숨지거나 심하게 다친 사진과 영상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17일 저녁 발생한 알아흘리 아랍 병원 참사와 관련해서도 발빠르게 참상을 담은 여러 사진·영상 등을 잇따라 올리며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많은 무고한 이들이 숨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마스 공식 채널에는 지지자들을 상대로 아랍어로 “직접 행동에 나서 분노를 보여줘라. 내일을 기다리지 말라”고 독려하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하마스는 텔레그램을 통한 한 영상에선 위장복을 입은 하마스 대원이 공격당한 이스라엘 마을에서 소총을 들고 유모차를 밀며 우는 아이를 달래는 모습을 보여줬다. 어린 아이들에 대해 연민을 느끼는 하마스 대원들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제작된 이 영상은 20만뷰를 기록했다. 또 자신들이 붙잡은 피투성이의 이스라엘인 인질을 보여주는 영상, 자신들이 보유한 미사일의 위용을 자랑하는 영상, 또 대원들이 로켓 발사기와 기관총 등으로 훈련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 등도 하나둘씩 공개되고 있다. 이런 영상에는 히브리어로 “당신들이 가자에 들어올 때 기다리고 있는 것”이란 자막도 달려 있다. 이스라엘에서 가짜 뉴스와 증오 표현을 추적하는 단체 관계자인 아치야 샤츠는 “하마스는 총뿐 아니라 핸드폰도 풀 충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마스는 이처럼 적극적으로 온라인 대응을 통해 구독자를 끌어올리고 있다. 하마스의 핵심 군사조직인 ‘카삼 여단’의 텔레그램 채널 구독자는 이스라엘에 대하 전면적인 기습 공격 전인 지난 3일 20만명 수준에서 18일 현재 70만명을 넘어섰다. 불과 며칠 사이에 3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많은 구독자는 카삼여단이 올리는 메시지에 하트 등 지지를 보내는 이모티콘으로 적극 호응하고 있다.
텔레그램 운영 기업은 이런 상황에 대한 언론의 논평 요청에 대해 응답하지 않았다. 다만 텔레그램의 창립자인 바벨 두로프는 13일 “텔레그램은 프로파간다를 크게 선전하지 않으며 그 대신 연구자·언론인·팩트체크 기관에 유일무이한 직접 정보원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주 초 하마스는 미사일 공격에 앞서 텔레그램을 통해 이스라엘 도시 아슈켈론의 시민에게 떠나라고 경고했다”며 “하마스의 채널을 닫는 게 사람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더 위험하게 하는지 생각해보라”고 덧붙였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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