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 샌프란시스코 인근 회담장 건물 현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우드사이드/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년 만에 다시 만나 양국 간 경쟁의 안정적 관리 및 주요 국제 현안들을 놓고 회담했다. 양쪽은 군사 소통 채널 강화 등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번 회담을 계기로 미-중 갈등은 당분간 ‘관리 국면’으로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두 정상은 15일 오전 11시20분(현지시각)께 미국 샌프란시스코 부근 ‘파일롤리 에스테이트’에서 회담을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현관에 나와 승용차로 도착한 시 주석에게 “환영한다”고 인사하며 손을 맞잡았다. 두 정상은 곧바로 주요 참모들이 배석한 가운데 회담을 시작했다. 미국 쪽에서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등이 배석했고, 중국 쪽도 차이치 중국공산당 상무위원 겸 중앙판공청 주임, 왕이 외교부장, 왕원타오 상무부장을 비롯한 고위 인사들이 참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머리발언에서 “우리는 경쟁이 충돌로 향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당신과 내가 지도자 대 지도자로서 오해와 소통 오류 없이 서로를 분명히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소통 채널 복원·유지와 함께 기후변화, 마약, 인공지능(AI) 문제에 대한 협력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충돌과 대립은 양쪽에 감당하기 어려운 결과를 낳을 것”이며 “서로 등을 돌리는 것은 선택지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지구는 두 나라가 모두 성공할 수 있을 만큼 넓다”고 했다.
양쪽은 군사 소통 채널 재개,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충돌, 대만, 남중국해, 북한, 중국의 기업 통제, 기후변화 등 다양한 주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샌프란시스코로 출발하기 직전 백악관에서 “위기 발생 때 전화기를 들고 서로 얘기하고, 양국 군이 계속 소통을 유지”하도록 보장하는 것이 이번 회담의 주요 목적이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미-중은 군사 소통 채널 재개에 사실상 합의했으며, 1998년 양쪽 해군과 공군의 소통을 규정한 해상군사통신협정이 복원될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 장소인 ‘파일롤리 에스테이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쪽으로 25㎞ 떨어진 곳으로, 재벌 소유 부동산이었다가 지금은 트러스트가 관리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식 정원이 있는 이곳을 회담 장소로 고른 것은 시 주석을 배려하는 동시에, 이번 회담이 21개국이 참가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리기는 하지만 별도의 중요한 행사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참모들이 배석한 확대회담과 오찬까지 진행된 점도 다자회의를 계기로 한 일반적 양자회담보다 형식 면에서 무게를 실은 것이다.
미-중은 정상회담 전날에는 양쪽 기후변화 특사들의 합의를 내용으로 한 ‘기후 위기 대응 협력 강화에 관한 서니랜드 성명’을 발표하며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양국은 파리기후변화협약 준수와 협력을 통해 기후변화에 공동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나 고위급 소통 라인 개설과 기후변화 등에 대한 협력을 약속했다. 하지만 올해 2월 중국 기구의 미국 영공 침범 사건으로 양국 관계는 크게 경색됐다. 그러다 6월 이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시작으로 미국 고위급들이 잇따라 중국을 방문하면서 양국 관계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논의가 재개됐고 이번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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