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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중 정상회담서 “군사 채널 복원”…갈등 숨고르기

등록 2023-11-16 22:35수정 2023-11-17 02:42

바이든-시진핑 4시간 정상회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 정상회담이 열린 미국 샌프란시스코 근처 우드사이드의 ‘파일롤리 에스테이트’에서 정원을 산책하고 있다. 우드사이드/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 정상회담이 열린 미국 샌프란시스코 근처 우드사이드의 ‘파일롤리 에스테이트’에서 정원을 산책하고 있다. 우드사이드/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년 만에 다시 만나 군사 소통 채널 복원에 합의하고 양국 관계를 안정시키자는 데 뜻을 모았다. 전략적 경쟁 관계를 완화하기 위한 대타협은 나오지 않았지만 악화 일로였던 미-중 갈등은 당분간 ‘관리 국면’으로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두 정상은 15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부근 ‘파일롤리 에스테이트’에서 만나 4시간가량 회담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머리발언에서 “우리는 경쟁이 충돌로 향하지 않게 해야 한다”고 했고, 시 주석 역시 “충돌과 대립은 양쪽에 감당하기 어려운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과 중국 외교부는 회담 뒤 두 정상이 미-중 방위정책조정협의와 해상군사통신협정에 따른 군사 분야 소통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양국은 국방장관, 합참의장, 태평양 전구 사령관, 함선 지휘관에 이르기까지 군사 정책 및 남중국해·대만해협(동중국해) 등지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를 협의하는 체계를 재구축하기로 했다. 1998년 도입된 해상군사통신협정에 따른 회담은 2020년 이후 중단됐고,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뒤엔 모든 군사 소통 채널이 완전히 끊겼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을 마친 뒤 오후 5시20분에 나선 단독 기자회견에서 자신과 시 주석은 우려 사항이 생기면 “전화기를 들고 서로 연락하기로 했다. 이는 중요한 진전이다”라며 정상 간 소통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또 양쪽은 미국에서 심각한 문제인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의 원료 물질을 중국 당국이 강력히 단속하는 것에도 합의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그밖에 기후변화 대응에 협력하고 인공지능(AI) 규제를 논의하자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이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와 중동 상황도 논의했으며,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이란의 도발적 행위를 자제시킬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미-중 갈등의 핵심 현안인 대만 문제나 반도체 등 첨단 산업 분야의 공급망 재편 작업에선 양쪽 입장이 평행선을 달렸다. 미국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중국이 대만의 (내년 1월 총통) 선거 과정을 존중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또 시 주석이 중국이 2027년이나 2035년에 군사행동을 계획하고 있다는 미국 쪽 보도에 대해 “그런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 자료를 보면, 시 주석은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이고, 대만 무장을 중단하며, 중국의 평화적 통일을 지지해야 한다”며 “중국은 결국 통일될 것이고, 필연적으로 통일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공급망 재편’ 작업을 둘러싼 이견도 여전했다. 시 주석은 미국이 “중국의 정당한 이익에 엄중한 손해를 가하고 있다”며 “일방적인 제재를 해제하고 중국 기업들에 공평하고 공정하며 차별 없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대해 “미국은 앞으로도 우리의 안보를 훼손하는 데 미국의 첨단 기술이 사용되지 못하도록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맞섰다.

한편, 이날 북한에 대해선 깊은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북핵에 대한 유일한 언급은 바이든 대통령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는 백악관 보도자료 내용뿐이었다.

워싱턴 베이징/이본영 최현준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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